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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수령제도 사회 정치적 생명론 당의 영도 세습 합리화 체제 버팀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김정일은 73년 9월에 당 조직 사상비서로 당권을 장악한 뒤 70년대 중반부터 각 부문에 대한 「당의 영도」를 강화해왔다. 후계체제를 제도적·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무기는 ▲수령제 ▲사회 정치적 생명체론 ▲당의 영도 등이다. 김정일의 북한정치에서 가장 큰 특징은 다른 나라에선 예를 찾을 수 없는「수령제」라는 권력제도다.
이 제도는 김일성의 주체사상 외에 어떤 다른 사상도 인정하지 않는다는「유일 사상 체제」와 김정일의 지도를 유일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당 유일 지도 체제」를 세우는 과정에서 태어났다.
김일성의 절대권력은 수령제로부터 흘러나온다. 이론상 수령은 권력·권위·이데올로기를 독점하는 것으로 돼있고, 제도적으론 총비서와 국가주석을 겸한다. 김정일은 김일성의 후계자로「미래의 수령」대우를 받고 있다.
수령제 확립과 떼어놓을 수 없는 독특한 북한의 정치논리는「사회 정치적 생명체론」이다.
「사회 정치적 생명체론」은 김정일이「주체사상 교양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86년7월15일)라는 담화에서 70년대 들어 체계화되기 시작한「정치적 생명론」을 발전시켜 정식화한 것이다. 그가『수령-당-대중은 하나의 생명으로 결합되어 운명을 같이하며 영생하는 사회 정치적 생명체』라는 테제를 내놓은 뒤 북한문헌은 정치를 이 논리로 설명해왔다.
이 논리에 따르면 노동당은「수령을 중심으로 인민대중을 하나의 사회 정치적 생명체로 결합시키는 기능을 지닌 조직」이다.
당은 수령이 제시한 시상·노선·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대중을 조직 동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대중의 요구·지향을 수령에게 집중시키는 존재다.
그런 만큼 북한에선 모든 부문에「당의 영도」가 관철된다. 최근 일부 사회주의 나라들이 정치개혁 과정에서「다원주의」를 수용했지만 북한은「당의 영도」강화에서 요지부동이다.
김정일은「혁명적 당 건설의 근본문제에 대하여」(92년10월10일)등 최근담화를 통해서도『당을 강화하고 당의 영도를 보장하며 사회주의정권의 기능과 역할을 높이는 것은 양보할 수 없는 사회주의의 근본 원칙』이라며 정치개혁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것이 김일성 체제의 버팀목이자 김정일 권력세습을 합리화시켜주는 이론이기 때문이다.
「당의 영도」관철 통로는 당의 정무원·군 통제에서 잘 드러난다.
74년 6월의 김정일 담화「정무원 위원회, 부 당조직의 사업을 개선 강화할데 대하여」가 정무원에 대한 당적 지도를 강화한 직접적 계기였다.
전 북한고위관리에 따르면 이전에는 정무원 내의 당 조직으로 정무원 당 위원회·각 위원회·부 당위원회가 병렬적으로 존재했다. 정무원 당위원회가 각위원회·부 당위원회를 통괄지도하는 입장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 때는 정무원 당위원회의「비서」는 정무원 사무국 부국장 혹은 참사실장, 제1부실장이 맡았다.
그러던 것을 김정일이 정무원 당위원회의 격을 높여 각위원회·부 당위원회를 직접 지도할 수 있게 바꿨다고 한다. 정무원 당위원회가 김일성의 교시와 정치국 결정 등을 구체적 경제정책으로 작성, 집행하면서 생산활동을 지도하도록 한 것이다. 때문에 「당 지도위원회」로 불리기도 한다. 정무원사업에 대한 당적 지도를 강화한 조치였다.
정무원 당위원회의「책임비서」는 지도력·효율을 고려해 총리가 겸하도록 했고「전임」제2비서를 따로 두게 했다. 김정일의 측근으로 현 정무원국가계획위원장 겸 당정치국 후보위원인 김달현이 한때 제2비서를 역임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당의 영도」관찰 통로가 다층적으로 바뀌었다. 예를 들어 정무원 산하의 특정부서 당위원회는 2중 통제를 받는다. ▲정무원당위원회의 직접적 지도 ▲중앙당의 조직지도부 및 해당 경제부서의 지도가 그것이다. 특정부서 당 위원회는 정책결정·집행을 임무로 하는 정무원 당위원회와는 달리 당 생활지도를 통해 생산을 앙양시키는게 주임무다.
그 뿐 아니다. 정무원 산하의 특정부서 당위원회에 소속된 당원들은 자신의 당적이 있는 소속행정단위의 구역당(평양시당 산하)통제를 별도로 받는다. 이때는 행정경제활동과는 무관하게 당 조직사상생활에 대한 통제가 이뤄진다. 당원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다. 중앙당 비서라도 당적은 평양시당 중구역당에 속해있어 개별당원으로 당 조직 사상생활을 검토받게 돼있다는 것이다.
군에 대한 당의 통제도 유사하다. 당에는 군 지도기관인「인민군 당위원회」가 있다. 인민군 당 위원회의 집행기관격인「인민군총정치국」이 군을 통제한다.
총정치국에는 조직부·선전부 등 실무부서들이 있는데 이들 부서는 당 중앙조직지도부·선전 선동부 등의 지도를 받는다. 또 총정치국은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집행 기관격인 군사부의 지도도 받는다. 이렇듯 군을 정치적으로 통제하는 총정치국은 당 중앙 관련 부서의 다층적 통제아래 놓여있는 것이다. 각 부문에 걸친 2, 3중의 통제다.
김정일의 권력기반은 바로 이같은 각 부문에 대한 당의 통제를 통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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