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문제 「당사자해결」 발판 마련/「고위급회담 대표접촉」제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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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중 등도 남북직접대화 강조 분위기 성숙/북측 긍정적… 관계개선 획기적 돌파구 기대
정부가 20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고위급회담의 대표접촉을 제의함으로써 그동안 「국제문제」로서 한반도밖에서 주로 논의돼오던 북한핵문제가 당사자인 남북한간 협상 테이블에 다시 오르게 됐다.
고위급 회담 성사여부는 북한측에 달려있어 기다려봐야 겠지만 지난 17일 북한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에 기초,남한의 각 정당·단체 대표들이나 각계 각층 인사들과 쌍무적·다무적 접촉을 가질 용의가 있다』 『남조선당국이 우리와 대화의사를 거듭 표명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인정한다』고 밝힌 점으로 미루어 회담이 이뤄질 것에 정부측은 낙관하고 있다.
정부가 이를 위해 북한측 의사를 타진해보는 별도의 비밀접촉을 했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북한이 우리측 제의대로 남북고위급회담 대표접촉에 응할지 아니면 다른 형태의 회담으로 수정제의해올지 알 수 없다.
고위급회담은 지난해 9월 제8차 회담을 끝으로 중단됐고 핵통제공동위는 지난해 12월 전체회의후 1월에 위원접촉을 몇번 더하고 중단됐었다.
만약 북한이 정당·사회단체회담을 제의해오면 이것은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이다. 그동안 정부는 지금까지 남북회담 제의 시기를 놓고 적잖게 고심해 왔다.
최근 유엔 안보리가 『북한 핵문제 해결의 촉진을 위해 모든 회원국들이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을 촉구하고 중국과 미국이 남북간 직접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나서 회담분위기가 성숙되긴 했지만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변화를 감지하기 어려운데다 설사 남북회담을 제의하더라도 북한측이 받아들일지 의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북한측이 남북간의 대화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오는 데다가 미국·북한의 고위급회담이 내주초에는 열리게 되어있고 특히 미·북회담과 남북회담의 병행을 요구해온 중국의 첸치천(전기침)외교부장이 26일 방한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총리의 서한형태로 대북제의를 하게된 것으로 분석된다. 회담형태를 「핵통제공동위원회」가 아닌 「남북고위급회담」으로 택한 것은 핵통제공동위를 열 경우 지난 회의에서 마무리짓지 못한 지엽적인 문제들로 공허한 입씨름을 벌일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에 제의한 고위급회담의 대표접촉은 고위급회담의 계속성을 유지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형식의 「책임있는 당국자」회담을 가짐으로써 북한핵과 관련된 문제를 동시에 일괄타결해보자는 의도라고 보인다.
고위급회담 대표접촉이 성사되면 북한 핵문제는 「남북고위급 대표회담」과 「미·북한 고위급 회담」 두 축에 의해 해결을 시도하게 되는데 이에 따른 한미간 역할분담 등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이 더욱 필요하게 됐다.
한미양국은 이미 합의해 놓은대로 ▲미군기지 개방 ▲북한에 대해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는다(NSA) ▲미국·북한 관계진전 ▲팀스피리트 훈련 조정 ▲대북경협 등 다섯가지 「유도책」을 적절히 내놓을 예정이다.
만약 남북고위급회담의 대표접촉에서 중요한 진전이 이뤄지면 고위급회담과 그에 따른 3개 공동위,그리고 핵통제공동위가 열려 후속문제를 협의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남북관계는 핵문제로 인한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한번 문제를 풀기 시작하면 남북관계 개선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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