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호젓하게, 달빛 따라 걷는 길

이번 휴가에는 국내 여행지에서 온 가족이 함께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호젓한 시골길에서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는 것도 좋지만 전통문화를 체험하며 달빛 아래서 걷는 기쁨도 놓칠 수 없다. 휴가철을 맞아 지방자치단체에서 마련한 걷기 관련 문화 답사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1.영덕 동해안 달맞이 야간산행

보름달과 함께 동해안 절경 감상하며 느긋하게 야간 산행을 체험하는 대표적 관광 상품. 3월부터 11월까지 매달 한 차례씩 행사가 열리는데 오는 8월 25일과 9월 22일에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답사 코스는 영덕읍 창포초등학교에서 출발해 풍력발전단지, 해맞이공원을 거쳐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왕복 7km의 완만한 산길. 고산 윤선도 시비와 창포리 물양장 등이 대표적인 볼거리다. 산행로 곳곳에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고 대부분 평탄한 길이라 건강한 사람이라면 슬리퍼를 신고도 걸을 수 있을 정도다. 국악 공연과 시 낭송, 민속놀이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며 산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완만한 오르막을 몇 개 지나 한 시간쯤 걸으면 언덕 꼭대기에서 잘생긴 보름달과 만난다. 풍력발전단지 맞은편에는 아름다운 절벽과 하얀 등대를 배경으로 나무 계단 산책로가 들어서 있다. 산행에 참여하기 전에 시간이 조금 남는다면 가족과 함께 이곳을 걸어보자. 자녀와 함께라면 삼사해상공원 어촌박물관을 돌아보고 체력이 허락한다면 해안도로 아무데나 차를 세워두고 해맞이를 구경한다. 달맞이 산행 참가를 원하는 사람은 일몰 시간 1시간 전에 창포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가면 된다. 참가비는 무료.
문의_영덕군청 문화관광과 054-730-6396

2.경주 달빛신라 역사기행 & 남산 달빛기행

낮에는 전문 해설사와 함께 문화 유적을 답사하고 밤에는 국악 공연과 전통 민속놀이를 체험하며 경주 문화에 흠뻑 취해보는 체험 프로그램. 매월 답사 코스가 바뀌는데 8월에는 문무대왕릉과 보문사를 들른다. 오후 3시부터 유적지 답사를 시작해 마지막 코스인 보문단지에서 저녁을 먹은 후 미리 나눠준 백등에 불을 밝혀 탑돌이를 한다. 일반 참가비는 저녁 식사와 교통비를 포함해 1만7000원이며, 행사 2일 전까지 접수하면 된다. 단점이라면 버스 이동 코스가 많아 호젓하게 걸을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문의_신라문화원 054-774-1950
문화 탐방보다 걷기에 더 관심이 많은 ‘워크홀릭’이라면 남산 달빛기행을 떠나는 것이 더 좋다. 달빛을 감상하며 신라 문화와 불교 유적으로 둘러싸인 경주 남산길을 걷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참가비는 없고 매회 50~80명에서 마감하지만 야간 산행임을 감안해 노약자는 접수를 받지 않으니 주의할 것.
문의_남산연구소 054-771-7142.
두 프로그램 모두 행사에만 참가하기보다는 2박 3일 정도 계획을 세워 경주 관광지를 함께 돌아보는 것이 좋다.

3.문경새재 과거길 달빛사랑여행

영덕 달맞이 산행과 함께 이 행사도 음력 보름 전후 토요일 밤에 열린다. 하지만 이곳은 8월 4일과 25일, 9월 1일과 22일 등 한 달에 두 차례 행사가 열린다. 문경새재의 아름다운 옛길을 걸으며 돈독한 가족애를 느껴볼 수 있는 기회. 오후 4시에 문경새재 입구 야외 공연장에서 출발해 자연생태공원과 장승공원을 거쳐 2관문까지 가는 코스인데 문화유산 해설사가 동행하며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준다.
이 길은 조선시대 영남지방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시험 보러 갈 때 오가던 지름길이다. 그러다보니 체험 프로그램도 많이 생겼는데 요즘은 드라마 ‘대조영’ 촬영장에서 진행되는 과거시험이 인기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처음 보는 광경에 신기해하며 적극적으로 체험 과정에 참여한다. 체험이 끝나면 짚신을 신고 흙길을 걸어보거나 아예 맨발로 땅을 밟는 사람이 많다. 참가비는 입장료와 농산물 교환권을 포함해 1인당 1만원이며, 참석 희망자는 행사 공식 홈페이지(www. mgmtour.com)를 통해 미리 예약하고 참가비를 납부해야 한다.
문의_문경시청 문화관광과 054-550-6393

취재_모은희, 이한 기자 사진_임익순, 김동욱, 원동현, 박소연 기자
출처 여성중앙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