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결국 다우존스 손에 넣다

중앙일보

입력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결국 미국 언론의 자존심 다우존스를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다우존스의 지배주주인 뱅크로프트 가문은 머독이 제시한 50억달러(주당 60달러)의 인수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뱅크로프트 가문이 보유한 의결권 64% 중 38%가 머독의 인수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면서 의결권의 29%를 보유하고 있는 일반 주주들도 뉴스코프 인수제안에 호의적이어서 머독이 다우존스를 인수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월 초 인수 제안이 알려진 뒤 3개월의 줄다리기 끝에 머독은 125년 역사를 자랑하는 다우존스를 품에 넣는 꿈을 이뤘다.

다우존스는 USA 투데이에 이어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웹사이트 'the wsj.com', 다우존스 뉴스와이어, 배런스를 소유하고 있다. 특히 머독은 경제 뉴스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반면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인 WSJ 인수에 수년 전부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 머독-뱅크로프트 가문, 석 달간 공방전

지난 5월 1일 뉴스코는 다우존스를 주당 60달러(총 50억달러)에 매입하겠다며 '우호적'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날 다우존스 마감가보다 65% 많은 금액이었다.

머독의 인수 제안 직후 뱅크로프트 가는 바로 반대 입장을 표했으나 한 달만에 머독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며 협상으로 돌아섰고, WSJ의 편집권 독립 보호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후 다우존스의 지분 64%를 보유, 이사회의 결정에 거부권을 갖고 있는 뱅크로프트 가문이 핵심 쟁점인 편집권 독립에 대한 협상권을 이사회에 넘기면서 인수 협상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됐다. 결국 지난 6월 25일 다우존스와 뉴스코는 편집권 독립에 합의해 머독의 다우존스 인수는 시간 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머독의 다우존스 인수를 두고 뱅크로프트 가문 내 의견이 엇갈리면서 한 달동안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다우존스에 구애의 손길이 이어지면서 머독과 경쟁할 또 다른 인수자가 잇따라 등장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를 보유한 피어슨그룹과 제너럴일렉트릭(GE)은 다우존스의 공동인수 가능성을 내비쳤으며, 마이스페이스의 창업자 브래드 그린스펀은 다우존스 지분 25%를 주당 60달러에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를 인수한 광고업체와 미국 슈퍼마켓 재벌 론 버클도 다우존스에 관심을 표명했다.

무엇보다 머독에 반대하는 일부 뱅크로프트 가의 지지를 받았던 피어슨그룹과 GE가 공동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예비접촉을 가졌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뉴스코의 다우존스 인수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 머독, 언론 천하 제패 꿈 이뤄

물론 뱅크로프트 가 내부적으로 머독의 인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머독은 결국 막대한 재산과 세계 언론시장 내 영향력을 이용해 다우존스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두 달간의 공방전에도 결국 머독이 다우존스 인수에 성공한 것은 두둑한 뱃심으로 워낙 높은 인수금액을 제시한 터에 다른 인수자들이 쉽게 카드를 내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또 세계 시장에 뻗어있는 뉴스코를 통해 WSJ의 위상이 보다 국제적으로 제고될 수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점이었다.

머독은 현재 전세계 170개 신문과 폭스뉴스 케이블 네트워크, 20세기 폭스 스튜디오를 거느리고 있다.

【서울=머니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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