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연다] 대경 여성과기인회 추진위장 이원정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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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은 수도권 못지 않게 여성 과학기술인의 층이 두텁지만 지금까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원정(李元晶.55.경북대 교수.생리학)대구경북여성과학기술인회 추진위원장은 새해 벽두부터 내달로 예정된 창립대회 준비로 분주하다. 여성 과학기술인의 역량을 결집시키기 위해서다.

시작은 지난해 11월 李교수를 포함, 지역의 대학.기업체.연구소에서 일하는 여성과학도 1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였다.

국회에서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법이 통과되는 등 지역에서도 굵직한 프로젝트가 잇따라 추진되는데 고무된 때문이다. 또 작년에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제정(7월)되는 등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분위기도 한몫을 했다.

서강대 생물학과 66학번인 李교수는 "그때는 이공계 전공 여학생이 극히 적어 졸업후 전공을 살리는 경우도 드물었고 전문분야 종사자도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대학의 이공계 학과도 여학생이 절반을 차지하고 벤처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여성과학도의 산업계 진출도 활발하다.

李교수는 "요즘 한 분야를 열심히 파고 드는 후배를 보면 지역 여성과학인의 힘이 느껴진다"며 "역량을 결집하면 침체된 지역경기를 살리는 데도 한몫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여성과학기술인회의 주요 사업으로는 여성과학기술계의 산.학.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분야별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지역 여성과학도의 진로 개발 등을 구상하고 있다.

또 지역 여성과학기술인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지역 중소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등의 사업도 벌일 계획이다. 李교수는 "여성과학인이 힘을 모아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벌이면 여학생의 이공계 지원도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 '여성과학기술인회' 회원은

대구는 어느 지역보다 많은 여성 과학기술인을 배출했다. 그러나 보수적인 지역 분위기 등으로 전문직 진출 비율은 수도권에 비해 크게 낮았다. 대구경북과학기술인회 추진위는 회원 자격을 이공계 학사출신 여성이면서 전문직에 3년 이상 종사자로 정해 3백50여명의 회원을 예상하고 있다. 비연구직 의사나 간호사는 제외된다.

예상 회원 대부분은 대학에 있으며 전공은 생명공학 분야가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계명대 이인선 교수(미생물학)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고, 포항공대 이영숙 교수(생명공학)는 2003 여성과학자상을 받기도 했다.

정기환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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