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과 여론사이서 고민/검찰,대입부정 사법처리 방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88년이전 입학 5백여명 공소시효지나/“가혹한 처벌” 피해 행정법규위반 등 제외
검찰은 8일 공개된 전국대학 부정·부당입학생 학부모 등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교육부가 1천명이 넘는 명단을 공개해놓고 슬쩍 발을 빼버려 정작 뒤치다꺼리는 검찰이 모두 맡아 해야할 판이기 때문이다.
대검형사과(채수철부장검사)는 10일 교육부로부터 넘겨받은 세부자료를 토대로 검토작업을 실시,이중 사법처리가 불가피한 대상자를 선별해 13∼14일 사이에 서울지검으로 명단을 통보,학부모들을 소환하는 등 정식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사법처리대상검토에서 ▲법 집행의 형평성 ▲국민의 법 감정 ▲가벌성 등의 요소를 우선 고려하고 있다.
이에따라 검찰은 88년 5월 이전에 부정입학·편입학한 5백여명의 경우 입시부정에 적용되는 업무방해죄의 공소시효 5년이 지나 자동적으로 제외했다.
검찰수사는 기본적으로 처벌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아무리 죄질이 나쁘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난것은 수사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주관식문제 등의 채점착오로 인해 엉뚱한 수험생이 합격한 경우도 전국적으로 3백여명이 넘지만 채점과정에서의 고의성이 확인되지 않는 한 합격생 입장에서는 잘못이 없기때문에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을 가장 당혹스럽게 만든것은 이미 부정입학 사실이 밝혀져 학교관계자가 처벌받고 학부모들은 그냥 넘어갔던 사건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부분.
지난해까지만 해도 입시부정사건은 학교관계자들만 처벌한다는게 검찰 내부방침이었으나 올해초 광운대 입시부정사건이 터진뒤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검찰은 광운대가 1억원씩 「정가」를 매겨 부정입학을 자행했고 한양대 등에서는 조직적인 대리시험까지 등장함에 따라 입시부정을 막기위해서는 「극약처방」을 해야한다고 판단,부정합격생 학부모들도 모두 구속시켰다.
검찰은 뒤이어 터진 경원대·상지대 등의 입시부정사건에서도 관련 학부모를 모두 구속했다. 따라서 국민들은 「입시부정=구속」의 등식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됐고 교육부가 과거의 입시부정 자료를 공개하자 『그때 처벌 안받았던 학부모들도 이번 기회에 모두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 범위에 해당하는 대학은 교수·교직원자녀에게 가산점을 줘 특례입학시킨 고려대,기부금을 받고 성적조작 등의 방법으로 신입생을 선발한 동국대·한성대·건국대·성균관대 등이며 관련자는 2백명이 넘는다.
고려대는 당시 이준범총장이 검찰에 입건돼 벌금형을 받았고 나머지대학들은 돈을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돼 이사장·총장 등이 구속됐지만 학부모들은 그냥 넘어갔었다.
검찰은 국민감정과 형평성문제로 고심했지만 과거수사에서 불문에 부쳤던 사안을 다시 들춰내 학부모를 처벌하는 것은 아무래도 가혹하다는 판단아래 더이상 문제삼지 않기로 최종결정했다. 검찰은 또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편입학과정의 단순 행정법규위반 등도 모두 제외시켜 결국 50여명을 최종 사법처리 대상으로 보고 있다.
문제가 된 50여명중에는 민자당 최형우의원의 아들도 포함돼 있다. 경찰은 최 의원 아들이 경원전문대에 부정입학했지만 학교측이 대가없이 합격시켜준 것으로 결론내고 무혐의 처리했었다.
하지만 이번 교육부자료공개에서 최 의원 아들이 경원대에서도 부정이 적발돼 불합격조치됐다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학교측이 자발적으로 합격시켜줬다는 설명은 설득력을 잃게됐고 최 의원은 검찰조사에서 이에 대한 해명을 해야할 형편이다.
결국 광운대 등에서 드러난 입시브로커조직이 앞으로의 검찰수사 과정에서 확인될 가능성이 크고 명단을 축소공개했다는 비난에 몰린 교육부가 추가공개를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부정입학자 명단공개 파문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김종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