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고소·고발 … '실체 규명' 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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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수사 계속" 검찰의 고민은

검찰이 30일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 후보의 부동산 차명 보유 의혹을 포함한 검증 사건 수사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적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다. 대검 수뇌부는 이날 "검찰로 고소.고발이 몰리는 상황에서 수사를 피할 수는 없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의 김대업 사건 당시 검찰의 모습을 기억한다"며 비판 성명을 내는 등 거센 역풍도 예고된다.

◆대검 수뇌부와 수사팀 의견 일치=정상명 검찰총장은 27일 휴가를 떠나면서 겉으론 이번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제치고 대검이 직접 대선 관련 수사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줄 것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이날 오후 수사계획 발표 직전까지 대검 정동기 차장과 이귀남 중수부장, 안영욱 서울중앙지검장-김홍일 3차장검사-최재경 특수1부장으로 이어지는 수사 지휘 라인은 긴밀하게 협의했다. 이 결과 "고소 취소한 부분(부동산 차명 보유, 홍은프레닝 특혜 의혹)에 대한 전면 수사는 접더라도 맞고소.고발사건 수사에 필요한 실체 규명은 계속한다"는 쪽으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대검은 6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 고소사건을 배당, "실체를 규명해 국민에게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정 총장이 직접 "대선 후보 관련 고소.고발사건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었다.

수사팀도 "이미 70~80% 진도가 나간 수사를 결론 없이 중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 관련 맞고소.고발.수사의뢰.진정사건의 남은 부분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사 범위.강도 축소 불가피=김홍일 3차장검사는 "중앙지검에 계류 중인 사건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부분에 한해 실체 규명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과 국정원 임직원을 각각 수사의뢰한 사건 ▶김 의원이 이 후보를 맞고소한 사건 ▶지만원.김진명씨가 고발, 진정한 사건에서 실체 규명이 필요한 부분을 가려내 수사하겠다는 의미다.

명예훼손, 무고,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를 수사하려면 진실을 규명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김재정씨가 고소를 취소한 부동산 차명 보유 의혹과 홍은프레닝 특혜 의혹의 경우 수사 범위와 강도에 있어 축소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처럼 김재정씨의 땅 매도.매수인, ㈜다스.홍은프레닝 관계자를 포함한 광범위한 참고인 조사가 앞으로는 힘들 수 있다. 고소 취소로 김씨 관련 참고인들의 강제 수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검찰이 중요 참고인으로 소환을 요구해온 이 후보의 큰형 이상은씨와 김만제 전 포철 회장의 출석도 불투명하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도 검찰의 큰 부담이다. 한나라당 경선일(8월 19일)까지는 어느 쪽이든 결론을 내놓아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제3자의 수사의뢰와 고발, 진정사건 수사에서 예전과 같은 강도를 기대하긴 어려운 데다 정치권의 비판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여 수사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언.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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