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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핫 이슈] 4. 주택청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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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주택 청약시장이 장(場)이 서지 않을 정도로 바닥을 기고 있다. 지역을 불문하고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주택업체는 아파트 공급 물량을 줄일 조짐이다. '강남불패' 신화도 깨진 지 오래다. 실수요자에게는 내 집 마련의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이 같은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주택산업 자체의 침체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내리막길 청약시장=분양 경기의 잣대로 여겨지는 서울 동시분양 청약경쟁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면서 가수요가 사라진 때문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차례 치른 동시 분양 아파트의 경우 상반기에는 평균 수십대 1(서울 1순위 기준)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하반기부터 열기가 사그라들어 12월에 치른 11차 때는 2~3대 1에 불과했다.

한때 지역 아파트 분양 경기를 이끌었던 부산과 대구 청약시장도 지난해 10월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면서 급속히 얼어붙었다. 이에 따라 부산시와 대구상의는 최근 "주택시장이 너무 죽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건설교통부에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요청했을 정도다.

◆ 정책이 시장 활성화 관건=분양권 전매금지 등의 주택정책이 올해도 시장을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지금처럼 규제 일변도라면 청약시장은 계속 숨을 죽이겠지만 시장이 너무 침체하면 규제가 일부 완화되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경기회복을 이끌어야 할 정부로서는 광범위하게 지정된 투기과열지구를 일부 해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총선까지 집값이 안정된다면 정부 여당으로서도 주택산업 경기를 살릴 명분을 찾게 될 것"이라며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곳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해제될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 업계는'희망 찾기'=대형 주택업체들은 올해 아파트 공급 물량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조금 늘어날 것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이를 믿지 않는다. 삼성물산 주택사업 담당 임원은 "땅도 없고 특히 분양이 되지 않는 마당에 감히 누가 사업을 늘릴 수 있겠느냐"며 "홍보용이 많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연말 올해 주택부문 수주 목표를 2조4천억원으로 잡았으나 시장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1조원 정도 줄일 계획이다. 현대건설 한 임원은 "주택사업이 50% 이상 감소하는 회사도 있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하반기부터 업계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산업개발 이준하 상무는 "청약경기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재료(땅)공급이 없어 사업을 꾸리기 힘들다"며 "앞으로 뉴타운이나 도심재개발 같은 사업 참여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 실수요자들 "때가 왔다"=청약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실수요자에게는 내집 마련의 좋은 기회로 다가왔다. 분양권 전매금지 조치가 확대됨으로써 가수요가 발을 붙이기 어렵게 됐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천안.아산을 비롯한 충청권은 경부고속철도 개통과 신행정수도 이전이라는 큰 재료를 안고 있기 때문에 투자수요와 실수요가 함께 몰릴 유일한 곳"이라고 꼽았다.

무주택자는 투기과열지구의 무주택우선공급 물량에 눈독을 들이는 게 좋다. 미르하우징 임종근 대표는 "가급적 입지를 가려 청약하되 서울 뉴타운이나 화성동탄 등의 택지지구, 내년 초로 예상되는 판교신도시까지 노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경우 무주택 우선 물량이 75%나 되기 때문에 기회가 한층 넓어졌다.

반면 무주택 세대주가 아닌 1순위자는 청약예금을 증액해 보다 큰 평형을 노리는 게 유리하다.

통장을 갖고 있는 투자희망자들은 가급적 통장을 아낄 필요가 있다. 인기지역이 아니면 대부분 3순위에서 미달되기 때문에 통장을 쓰지 않는 무순위 청약을 기대하되 완공 뒤 되파는 장기투자로 방향을 돌리는 게 낫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암.운정.동탄 등 서울.수도권 택지지구에서만 3만여가구의 아파트가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황성근.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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