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방한 “안보성”탈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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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산업시찰·유적지·대학교 방문 등 경제·문화·교육협력에 초점둘 듯
빌 클린턴 미대통령이 7월 동경에서 열리는 선진7개국(G7)회의에 참석한 후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계획은 이미 연초 클린턴의 취임때부터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었다.
한미간에 가장 사이가 나빴던 지미 카터 전대통령도 일본방문후 주한미군을 생각해 방한했던 전례에 비춘다면,한미관계가 가장 원만하다고 평가되고 있는 요즈음 클린턴대통령이 동경까지 왔다가 서울에 온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다만 클린턴 행정부는 이번 방한을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과거 동서냉전의 부산물인 한국전쟁을 통해 깊숙한 유대가 맺어진 한미관계는 안보우선의 논리가 지배적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는 미국대통령은 우선 휴전선을 시찰하고 주한미군기지를 들러 장병을 위로하고 한국민에 대해 미국의 안보지원이 변함없다는 점을 확인해 주는 것으로 방한의 목적을 이루었다고 생각해 왔다.
특히 지금까지 한국내 민주화와 관련,미대통령이 방한중 야당인사 누구누구를 만났으며 민주화에 대해 뭐라고 말했느냐가 주요 관심사였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아직 북한의 핵문제가 남아있기는 하나 소위 탈냉전시대를 맞아 미국대통령이 도식적으로 휴전선을 방문하는 것이 적당치 않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며,또 미국이 한국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는 한국지도층의 불만을 야기시키면서까지 한국내의 민주화나 인권에 간여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따라서 미국측은 그의 방문을 통해 탈냉전 시대의 한미관계를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아직 실무자간 논의의 수준에 있지만 한미양국은 클린턴의 서울방문을 새롭게 꾸밀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
탈냉전 시대에서 한미관계는 안보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경제·문화·교육의 협력도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어하고 있다.
특히 80년대 한국에서 반미감정이 어느때보다 높아졌던 사실도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하다. 반미운동의 진원지가 대학가였던 점을 고려,클린턴대통령이 서울의 한대학을 들러 연설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미간 경제협력을 강조하는 방안으로 첨단기술단지등을 살펴보는 것도 고려될 수 있고 한국의 문화유산을 살펴보는 안도 고려될 수 있다.
과거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 월남파병에 따른 지원을 얻기 위해 서울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준 적은 있으나 그외에 미국대통령이 한국대학을 방문한 예는 없으며 한국의 산업시설이나 문화유적지를 시찰한 예는 더더욱 없다. 그런점에서 이번에 이러한 일들이 이루어진다면 새로운 형식의 방문이 될 것이 틀림없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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