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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보험료 최고 17% 오른다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SUNDAY 대기업에 근무하는 박모(44)씨의 월급은 10년 전의 두 배가 됐으나 국민연금 보험료(32만4000원·절반은 회사 부담)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이 점이 의아했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박씨가 간과한 게 있다. 보험료가 올라가지 않으면 노후연금액도 올라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 연금제도는 낸 돈의 1.3~4.7배를 연금으로 받도록 설계돼 있어 임금 상승에 맞춰 보험료가 올랐다면 덕을 봤을 것이다. 보험료가 묶여 있었던 이유는 부과 기준이 되는 소득과표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12년 만에 소득과표가 조정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8일 “소득과표의 상·하한선을 현실에 맞게 올릴 예정이며 상한선은 월 360만원에서 420만원으로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 직장인의 월 연금 보험료가 32만4000원에서 37만8000원으로 최고 5만4000원(16.7%·절반은 회사 부담) 인상된다. 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달 말 입법예고해 내년 1월 시행할 예정이다.

소득과표 상한선이란 월급이 그 선을 넘더라도 거기까지만 보험료를 물리는 기준선을 말한다. 월급이 1000만원이더라도 420만원으로 간주해 9%를 보험료로 낸다. 연금 가입자 중 360만원 이상인 직장인은 160만 명, 자영업자는 4만7000여 명이다. 전체 가입자의 12.7%를 차지한다. 웬만한 대기업 직장인들은 여기에 해당된다. 복지부는 현재 월 22만원인 소득과표 하한선을 올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한선이 22만원이면 소득이 그 선을 밑돌더라도 22만원으로 간주한다.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44만원)까지 올리는 방안 등 몇 가지 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44만원으로 올리면 9만3800명의 보험료가 10~100% 오른다. 복지부는 저소득층의 보험료 부담을 고려해 하한선을 44만원보다 낮게 잡거나 22만원을 그대로 두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하한선을 44만원으로, 상한선을 420만원으로 올리더라도 월 소득이 45만~359만원인 1122만 명의 보험료는 달라지지 않는다. 국민연금 소득과표 12년만에 조정 Q&A 보험료가 올라가면 안 그래도 인기 없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런데도 상·하한선을 올리는 이유를 문답으로 풀어본다. Q: 7월 연금법을 개정하면서 보험료(9%)를 올리지 않기로 했지 않았나. A: “이번에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보험료를 걷는 소득기준 과표를 조정하는 것이다. 세율은 그대로인데 아파트 가격이 올라 재산세를 더 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Q: 그동안 뭐하다가 한꺼번에 하나. A: “2003년부터 조정을 시도했으나 연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아 지연돼 왔다. 1995년 상한선(월 360만원)을 정할 당시 해당자가 전체의 0.9%에 불과했으나 매년 임금이 올라가면서 6월 말 현재 12.7%로 크게 증가했다.” Q: 연금법 개정으로 노후 연금액이 생애평균소득의 60%에서 40%로 내려가 보험료가 오르면 손해를 보지 않는가. A: “연금법이 개정돼 상한선에 걸리는 사람들의 수익비(보험료 총액 대비 연금총액의 비율)가 1.8에서 1.3으로 떨어진 것은 맞지만 그래도 낸 돈에 비해 연금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익이다. 월소득이 420만원인 직장인이 내년에 연금에 가입해 30년간 보험료를 내면 상한선이 360만원일 때보다 월보험료를 5만4000원 더 내고 노후 연금액은 월 13만5600원 증가한 99만원을 받게 된다.” Q: 임금이 올라간다고 해서 굳이 소득과표를 올릴 필요가 있는가. A: “그대로 두면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이 임금 인상률만큼 올라가지 않게 되고, 이 때문에 노후 연금액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는다. 노후 연금액을 계산할 때 가입자 평균소득이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Q: 이번 조정으로 수입보다 지출이 더 늘어나면 재정이 나빠지지 않나. A: “재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도가 크지 않아 재정 고갈 시기(2060년)가 달라지지 않는다.” Q: 하한선을 올리려는 이유는 뭔가. A: “그대로 두면 저소득층의 노후 소득보장에 심각한 차질이 생긴다. 하한선이 22만원이라는 말은 보험료를 20년 내야 월 22만원의 연금을 받는다는 뜻이다. 95년 하한선을 월 22만원으로 정할 때 당시 최저임금에 맞춘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72만7000원이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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