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맏형 귀국한 날 처남 고소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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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형 귀국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의 맏형인 이상은씨가 27일 김포공항으로 입국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강정현 기자]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 후보의 처남 김재정(58)씨와 김씨가 대주주인 ㈜다스가 27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를 취소하면서 검찰의 대선 후보 검증수사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이 후보가 재산을 차명으로 보유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게 만든 원인을 제공한 김씨가 스스로 고소를 무효화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로 진실을 밝히겠다"던 김씨가 고소를 취소한 배경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이 후보 캠프에선 검찰 수사가 이 후보에게 집중된 상황에서 고소를 유지해봐야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선 본궤도에 오른 수사에 '김빼기'를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취소 놓고 엎치락뒤치락=11일 이 후보 캠프의 박희태 선대위원장은 공식적으로 김씨에게 고소 취소를 권고했다. 그러나 김씨는 법률대리인인 김용철 변호사를 통해 "검찰 수사로 끝까지 진실을 밝혀 억울함을 벗겠다"며 거부했다. 23일에는 돌연 '고소 취소 회견'을 예고했다 캠프 측의 제지를 받고 회견 자체를 취소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일본으로 출국했던 이 후보의 형 이상은(74)씨도 귀국을 놓고 오락가락했다. 이씨는 검찰의 귀국 종용을 한때 거부했다. 26일 오후 10시 귀국 항공편을 예약했다 돌연 취소했다. 그랬던 그가 이튿날 바로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고소를 취소하면서 검찰 조사에 대한 부담을 던 것 같다"고 풀이했다.

김씨는 이날 회견문에서 "야당 경선 후보의 인척인 이상 저의 억울한 입장을 마냥 고수할 수 없고 한나라당의 취소 권유를 감안했다"고 고소 취소 이유를 밝혔다. 자형인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입장을 고려해 취소한다는 의미다. 이 후보 측 법률지원단장인 오세경 변호사는 "현재 검찰은 고소인을 피고소인처럼 수사하고 있다"며 "신속히 실체를 규명하긴커녕 의혹만 잔뜩 부풀린 채 2002년의 '병풍수사'처럼 시간을 끌면 우리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김씨의 고소 취소 배경은 두 갈래로 풀이된다. 수사 중 이 후보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변수의 돌출과 수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그것이다.

우선 검찰이 김재정씨와 이상은씨의 자금 흐름을 본격적으로 캐면서 예상치 못한 악재가 튀어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고소 취소는 검찰 수사결과 발표 때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공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소를 취소하지 않으면 그동안의 검찰 수사 과정이 자세히 드러날 수 있다. 하지만 취소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한다'고 간단히 적을 뿐 세부 사항은 적시하지 않는다.

수사 이후 이 후보의 지지율이 약간씩 하강 국면을 타고 있어 수사 장기화도 부담이다. 고소 취소 이후에도 차명재산 의혹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경우엔 "야당 후보를 탄압하기 위한 정치 수사"라고 비판할 명분을 축적할 수 있다.

◆수사 범위.속도 변하나=검찰은 향후 수사의 범위와 방향을 어떻게 정할지 고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현재 김재정씨의 고소사건뿐 아니라 ▶한나라당의 김혁규 의원 포함, 열린우리당 의원 5명에 대한 수사의뢰 ▶김 의원 측 김재정씨에 대한 맞고소 ▶한나라당의 김만복 국정원장에 대한 수사의뢰 사건도 수사하고 있다. 이 후보 관련 의혹 제기로 인한 맞고소.고발.수사의뢰가 난마처럼 얽혀 있어 당장 수사를 중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고소인이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를 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인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를 계속할 수 없다 해도 나머지는 상관이 없다.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유출 혐의는 '인지(認知) 사건'으로 계속 다룰 수 있다는 얘기다. 도곡동 땅 의혹을 포함한 차명재산 의혹도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비방 혐의로 분류해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계속 수사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이 대선에 개입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검찰의 수사 범위.강도.속도에는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효식 기자<jjpol@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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