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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에 인정받는 전문경영인 「10년이상 장수」수두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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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업의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감량경영의 한파가 수년째 몰아치고 있다. 이에따라 적지않은 회사원들이 직장에서 떠나고 있으나 반대로 샐러리맨들에게 꿈이랄수 있는 사장직만 오랜 기간맡고 있는 전문경영인들도 적지않다.

<삼성 강회장 20년>
강진구삼성전자회장은 지난 73년 삼성전자 사장이 된후 재계에서는 처음으로 만2O년째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현대종합상사 이춘림회장도 77년 현대건설사장을 맡은 이후 16년째「장기집권」중이다.
주요 그룹에는 10년이상기업의 사령탑을 쥐고있는 전문경영인이 수두룩하다. 이들중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주요 회사를 옮겨 다니는 이들도 상당수로, 이 때문에 사장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뜻에서 「사장업」이라는 말까지 생겨나고 있다.
전문경영인이 오너가 아니면서도 오너와 다름없이 기업경영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장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기업 발전에 전념해왔으며 그만큼 오너 못지 않게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강하다는게 이들의 특징이다.
강회장의 경우 이건희삼성회장이나 고 이병철회장과는 지연·혈연관계가 전혀 없었으나 개인의 경영능력만으로 그룹내 전문경영인으로 최고봉에 올랐다.
서울대공대(전기학과)출신의 강회장은 지난 63년 구동양방송 기술부장으로 들어와 삼성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는 동양방송 기술담당이사를 거쳐 73년 삼성전자사장을 맡았으며 삼성전자가 금성사를 따라잡고 업계1위를 차지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냈다.
그룹내 전자관련회사들이 삼성전자로 통합되기 전까지 사장직에 있었던 회사만 해도 삼성전관·삼성정밀·삼성반도체등 6개나 된다.
그는 삼성내에서 이회장에게「고언」을 할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며 계열 사장단회의를 주재한다.

<인사 군소리말라>
이춘림현대종합상사회장과 이헌조금성사부회장은 경영능력은 물론 오너와의 인간관계로 인해 더욱 두각을 보인 사례다.
이회장은 정주영명예회장이 자동차수리업을 하던 시절부터 정회장과 선친이 막역한 사이였던게 계기가 돼 현대에 들어왔다. 정명예회장은 이회장을 친자식처럼 아껴왔고 이회장 역시 정회장 앞에서는 부친을 모시듯「차렷」자세다. 서울대공대출신인 이회장은 현재 현대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그룹운영위 6인멤버의 한사람이며 정세영회장과도 깊은 얘기를 나눌 정도다.
그는 현대그룹의 색깔이 그러하듯 「현장형」경영인이지만 계수에 밝고 치밀한 일면이 있다.
이헌조부회장 역시 부친과 그룹 창업주와의 특수한 관계로 릭키금성그룹의 터줏대감이 됐다. 전 악희화학부사장을 지낸 부친 이연두씨는 그룹의 창업공신이며 이러한 인연으로 이부회장은 경기고 재학시절부터 창업주인 고구인회회장의 귀여움을 받았다.
이부회장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뒤 구회장의 간곡한 권유로 부친에 이어 2대째 럭금그룹에 발을 들여놓았고 입사 1년6개월만에 과장으로 승진,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공채1기생들이 반발하자 구회장이 『이과장은 애초부터 내가 중역재목으로 데려온 인재이니 인사문제에 아무말 말라』고 못 박았다는 일화가 있다. 76년 국제증권사장에 오른뒤 계열사를 돌며 17년째 사장직을 수행중이다.
대우그룹의 윤영석 대우조선·중공업부회장도 창업공신이면서 김우중회장과 학연(경기고선후배)으로 얽혀있다.
윤부회장은 대우실업 창업전 김회장이 일했던 한성실업에서 함께 수출업무를 담당하다 대우창업(67년)에 가담했다. 지난 80년 대우중공업사장을 맡은뒤 13년째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39세 수석부사장>
한화그룹의 오재덕부회장도 입사과정이 특이하다. 서울대법대출신의 오부회장은 경향신문 출판국에 근무하다 한국화약그룹 창업주 고김종희회장의 절친한 친구소개로 한화그룹 사람이 됐으며 그룹 경영관리실장등을 거쳐 88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있다. 기억력이 뛰어난 오부회장은 별명이 「컴퓨터」로 알려져있으며 업무처리에 빈틈이 없어 선대회장은 물론 김승연회장의 신임을 받고있다.
선경그룹은 공채인맥이 다른 그룹에 비해 탄탄하지는 못하지만 김항덕유공사장처럼 유능한 전문경영인을 다수 거느리고 있다. 김사장은 (주)선경에 근무하다 유공을 인수할때 수완을 발휘해 지난 80년 수석부사장에 올랐으며 84년이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수석부사장을 맡을 당시 나이가 39세여서 재계의 화제가 됐었다.
이밖에도 한진그룹의 황창학(주)한진사장, 코오롱그룹의 석학진 코오롱건설사장, 롯데그룹의 정진영 호남석유화학사장, 쌍룡그룹의 김기호 쌍용중공업사장, 금호그룹의 김광웅회장실사장등이 각그룹에서 인정받은 최장수 전문경영인들이다.
이중 우사장에 대해서는 이동찬그룹회장이 자서전 『벌기보다 쓰기가 살기보다 죽기가』 에서 『몸을 아끼지 않고 자기사업처럼 열심히 일해 죽어가는 회사를 살렸다』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잘 돼가는 집안일수록 오너의 신임을 받는 전문경영인 층이 두텁고 장수하고 있는 것이다. <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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