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55%가 "교육비리있다" YMCA서 서울 초·중·고 교사 200명 설문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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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모든 국민을 놀라게 하고 분노케한 대학입시 관련 부정이 계속 파헤쳐지고 있는 가운데 초·중·고교의 교육현장 역시 많은학부모나 학생들이 미심쩍게 여겨온대로 적지않은 비리가 도사리고 있음이 드러났다. 26일 「교육계 부패추방을 위한 시민논단」을 연 서울YMCA가 서울시내 초·중·고교 교사 2백명을 대상으로 교육계부패비리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교운영·인사·평점 등과 관련한 비리가 적지않다.
학교밖에서 바라보는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그 현장에 몸담고 있는 교사 자신들의 시각과 판단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모으는 이 조사에서 약55%의 교사들이 육성회비의 부당한 지출·찬조금 징수·예산공개 등과 관련한 비리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중 평교사의 32%는 비리가 아주 많다, 49%는 약간 있다고 답한데 비해 주임급 교사들의 80%는 전혀 비리가 없으며 16%만 비리가 있다고 대답함으로써 같은 문제에 대한 견해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경향은 학생회비·잡부금 징수, 교과서 및 부교재채택등과 관련된 비리문제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보충수업을 하는 학교의 경우 이와 관련한 비리가 있다는 평교사가 64%인데 비해 주임급은 전원이 비리가 없다고 응답. 또 35%의 교사가 수학여행비·졸업여행비와 관련한 비리도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운영비에 대해서는 전혀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응답이 59%, 제대로 공개된다는 응답은 14%. 특히 평교사는 73%가 전혀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학교의 예·결산 내용이 공개될 경우 그대로 믿는다는 교사는 32%이며 믿지 못하는 경우는 42%다.
학교 운영이 매우 부당하거나 비교적 부당하다는 응답이 52%이며 공정하다는 응답은 29%인데 특히 평교사들은 70%가 부당하다는 의견.
인사문제와 관련, 담임배정이나 업무분장에 좋은 조건으로 정해달라고 학교장에게 청탁하는 비리에 대해서는 40%가 있다고 응답했다.
교사 채용시 기부금 명목의 금품수수에 대해서는 82%가 없다고 밝혔다.
인사위원회에 대해서는「형식적으로 운영한다」와「공정하게 운영한다」는 응답이 각각 37%인데 평교사들은 76%가 형식적으로 운영된다고 여긴다.
장학사·교육감등 교육전문직의 교사특별채용과 관련한 비리에 대해 40%는 있다, 31%는 없다고 대답.
교감·교장 승진과 관련한 비리에 대해 52%는 있다, 25%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교육계 비리를 씻어내기 위한 과제로는▲교원단체의 자주적 활동▲교직원 각자의 의식개혁▲인사위원회의 민주적 운영▲예·결산 공개의 순으로 꼽혔다. 특히 평교사들은「교원단체의 자주적 활동」을 가장 많이 지적함으로써 현재의 교육계 비리들이 교사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며 해결방법 역시 구조적·제도적 개선에서 나와야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반면 주임급은「교직원 각자의 의식개혁」을 첫손 꼽음으로써 이 교육계의 부패및 비리는 개인의 도덕성 문제라는 시각을 반영. 이같은 조사결과는 학교운영 권한이 지나치게 교장에게만 집중돼있고, 교사의 평점기준이 모호하며, 교육행정에 대한 교사들의 참여가 차단된 상태에서 교육공무원이 인사행정권한을 가지고 모든 지시를 내리는 체계 자체가 교육비리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앞으로 교사·학생·학부모가 실질적으로 학교운영에 참가하고 책임도 나눠질수 있도록 현행교육법과 제도를 개선해야하며, 명실상부한 교육자치제를 통해 교육행정이 지역사회의 참여와 통제아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이번 조사를 실시·분석한 서울YMCA 부정부패추방 시민운동본부의 결론이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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