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요한의나!리모델링] 불평 습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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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의 연애를 거쳐 결혼한 지 8개월 된 J씨(31·여)와 P씨(31) 부부가 병원을 찾아온 이유는 계속되는 부부갈등 때문이었다. 부부는 상담실에서조차 냉기가 느껴질 정도로 싸웠다. 끼어들 틈이 없었다. ‘왜 상담을 받으러 왔을까?’ 싶은 의문이 절로 났다. 병원에 온 이유도 해결보다는 누구 잘못이 더 큰지 판정해 달라는 것에 가까웠다. 상대에 대한 불만을 하나라도 더 털어놓으려는 부부를 조용히 시키기 위해 내가 한 일은 아주 간단했다. “자, 이제부터는 각자 배우자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실까요?”
 
우리는 불평을 왜 할까? 불평은 말 그대로 남과 나를 비교하고 기대와 현실을 비교하는 데서 비롯된다. 남보다 못한 내 모습 때문에 불만족스럽고, 기대보다 못한 현실이 괴로운 것이다. 그 불만이 안으로 향해 나를 개선하려는 에너지로 승화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세상과 남을 향하면 불평이 된다. 즉, 불평이란 삶의 불만족이 나 자신의 문제라기보다는 상대나 세상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함으로써 내 자존심을 지키는 미숙한 자기방어인 셈이다. 물론 우리는 불평 없이 살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위 부부처럼 불평을 달고 사는 이들이 꽤 있다. 흔히 말하는 불평꾼이다. 이런 사람들에겐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는 타인과 세상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 사람을 잘 믿지 못하고 세상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지나친 자기 중심성으로 인해 내 기준을 상대에게도 적용하려 든다. 이들이 강조하는 공평성과 원리원칙은 내 이익을 지킬 때만 활용된다. 셋째는 남의 자존심을 허물어 자신의 자존심을 높이려 한다. 그렇기에 이들은 에너지를 자신을 완성하는 데 쓰지 않고 타인과 세상을 공격하는 데 쓴다.

 
 적당한 불평은 정신건강을 위해 물론 필요하다. 문제는 불만과 불평이 반복되는 삶이다. 그런 삶은 점점 추해진다. 불평꾼은 자기 것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하지만 그들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차츰 잃어간다. 인심·미래·웃음이 그것이다. 결국 무엇이 남을까? 서푼도 안 나가는 알량한 자존심뿐이다. 우리의 삶은 누가 책임져 주지 않는다. 삶을 개선하는 것은 오로지 나 스스로 할 일이다. 뜻대로만 될 수 없는 것이 삶이지만 실패를 통해 배우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건강한 삶 아닌가.
 
 당신에게 불평이 많건 적건 오늘부터 보름 동안 ‘불평 벗어나기 훈련’을 해보자. 뜻밖의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습관적인 불평을 감사·축원·침묵으로 바꿔 보자. 굽은 쇠를 펴려면 굽어진 만큼 반대로 휘어줘야 제 위치로 온다. 단지 불평을 하지 않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이 부정적인 쪽으로 틀어졌다면 그만큼 긍정적인 쪽으로 바로잡아 주자.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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