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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경중 모르는 교통부/엄주혁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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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교통부는 지금 몇시인가.
도대체 날로 심각해져가는 교통현안의 맥이라도 제대로 짚고 있는 것인지 심히 걱정스럽다.
각 부처가 경쟁이라도 하듯 개혁바람을 타고 양산해내는 행정쇄신책의 부담이 부처장의 능력을 평가하는 성적표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중앙부처가 내놓는 쇄신책이 민간차원의 협회수준에서나 해야할 일이라면 곤란하다.
국무총리실 보고를 거쳐 22일 교통부가 발표한 「시외·고속버스터널 개선안」은 오늘의 대중교통 현안이 그토록 한가한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수 없다.
터미널에서의 개찰을 폐지하고 매표창구의 형태를 은행식 카운터처럼 바꾸는 것 등­.
이런 종류의 서비스개선은 시외·고속버스업자들이 승객의 편의를 위해 스스로 개선해야할 사항들이다. 미처 업자들이 깨닫지 못했다면 점찮게 권유해주는 것이 모양새도 좋다.
더구나 교통부는 새정부 출범이후 교통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건설부의 도로부문업무 이관,대도시·지역간 교통대책,신공항·경부고속철도 건설 등 추진력과 의지가 없이는 손도 못댈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교통부가 이번에 내놓은 터미널개선안만 하더라도 지역간 교통의 당면과제중 극히 지엽말단적인 부분이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는 고속도로의 교통체증으로 90년 이후 매년 고속버스 이용승객이 10∼15%씩 크게 줄고 있다.
주말에는 말할 것도 없고 평일에도 곳곳의 거북이 운행을 한두번쯤 경험해본 이용객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을때라면 모를까 고속버스로부터 발길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추세다. 때문에 고속도로 버스전용차선제 같은 근원적인 문제에 접근했어야 했다.
지역간 대중교통 개선은 목적지에 더 빨리,더 편하게 갈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자가용 이용인구를 흡수할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찰제 폐지」나 「카운터 개선」은 가뜩이나 적자에 시달리는 업자들에게 부담만 안겨줄 뿐이다.
교통부문 개혁을 「반짝 실적위주의 개선안」 정도로 여긴다면 큰 착각이다. 비록 인기가 없고 눈길을 못끄는 대책이라도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부처간에 고성도 오가고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하기도 해야한다.
갓 임용된 교통경찰관을 가장 혼잡한 도로중앙에 세워 놓아 교통정리에는 손도 못대고 고위층이 지나갈때 경례나 열심히 하는 격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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