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1명 피살 … 8명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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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경찰은 25일 밤 중부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에서 총상을 입고 숨져 있는 남자 한국인 인질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시신은 머리와 가슴.배 등에 10발의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한국인 인질 피살 보도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시신을 확인할 때까지는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살해설 대상 인질은 분당 샘물교회의 배형규 목사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만일 피살이 사실일 경우 배씨의 신분이 목사이며 선교 중단의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살해설을 놓고 외신은 반전과 혼선의 연속이었다. 인질 살해 소식은 로이터 통신이 오후 9시22분(이하 한국시간) 처음 타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한국인 남자 인질 한 명을 살해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아랍권 위성채널인 알자지라 방송이 긴급 뉴스로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하지 않아 한국인 인질 한 명을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아프간 정부가 (석방된 8명과 맞교환하는 탈레반 수감자 8명을 풀어달라는)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성 인질 한 명을 총으로 쏴 죽였다"며 "앞으로도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추가로 살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알자지라는 탈레반 대변인의 이런 주장의 사실 여부를 독자적인 경로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곧이어 인질이 살해된 것이 아니라 병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프간 정부 당국자는 인질 한 명이 살해된 것이 아니라 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오후 10시8분 보도했다. 하지만 곧이어 AP통신은 현지 경찰의 말을 인용해 "탈레반이 인질 중 한 명이 아파서 걸을 수 없어 사살했다"고 밝혔다.

혼선은 26일 새벽 시신이 발견됐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면서 일단 정리됐다.

최지영.홍주희 기자

"8명 석방" 여자6, 남자 2명 미군부대 도착

한국인 23명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납치된 지 7일째인 25일 8명이 석방됐다고 정부 소식통이 이날 말했다. 8명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6명은 여자, 2명은 남자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풀려난 인질들은 가즈니에 있는 미군 부대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카불로 이동한 뒤 동의부대 의료진으로부터 건강검진을 받은 후 헬기로 바그람 기지로 갈 예정이다.

그 뒤 비행기로 두바이로 건너가 여기서 항공기를 갈아타고 귀국할 예정이다.

그러나 AFP통신은 인질 일부가 풀려났다는 보도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주 지사의 말을 인용해 "협상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인질 중 누구도 풀려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탈레반 측은 이날 새로운 협상 시한도 제시했다. 26일 오전 5시30분(이하 한국 시간)을 최종 협상 시한으로 정했다며 한국 정부 대책반을 압박했다. 이에 앞서 탈레반은 한국 및 아프가니스탄 정부와의 인질 석방 협상이 실패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어 탈레반이 인질 일부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탈레반의 자칭 대변인 아마디는 이날 AP통신 등 외신기자들을 만나 "협상 시한은 이미 만료됐다. 협상에 진전이 없는 한 25일 오후 6시30분 인질 일부를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도 아마디가 "수감자들을 풀어주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는데 아무 진전이 없다"며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탈레반 측은 19일 납치 당시 버스에 탄 사람들이 한국인인 줄 몰랐으며 동료 수감자 석방을 위해 일단 납치했다고 아마디 대변인과 통화한 현지 소식통이 전했다. 그는 "탈레반이 외국인이 지나간다는 정보만 갖고 납치를 감행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23명은 버스를 빌려 타고 19일 오후 아프가니스탄 카불~칸다하르 간 고속도로에서 이동하던 중 탈레반에 납치됐었다.

이철희.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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