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 재개의 물꼬 트게 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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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앙일보 4월13일자 보도를 보면 (주)진로인터내셔널이 북한에 6천상자의 라면을 수출키로 했다 한다. 얼핏 물량적으로는 미미하지만 뜻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라면 한 종류이고 제3국적선을 이용한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핵문제 등으로 남북대화나 교류가 거의 안되고 있는 시기에 그나마 민족간 교감이 흐르고 있으며, 또 이것이 남북관계 재개에 하나의 물꼬가 될 수도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북한의 경제사정, 주민들의 식량사정이 아주 어렵다고들 하는 만큼 남한의 라면이 북한 동포들에게 힘이 될 것이란 점도 반갑다.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민족적 차원에서 남북간에도 안타까운 일이 적지 않다. 정치나 이념적 문제를 제외하고 경제적 상호교류와 협조차원에서 보면 중국·러시아 등 과거의 적대국들과도 엄청난 규모의 교류가 되고 있는 마당에 같은 민족인 남북간에는 기본적으로 경제교류가 적은데다 이 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세계적으로 경제·기술전쟁이날로 심화되고 있다는데 같은 민족간에 이래서는 안될 줄 안다. 이 같은 실정이 북한의 정치우선적 노선이나 남한의 보다 전향적 자세 미흡에 기인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남북한 정부가 늘상 제자리에 맴도는 추상적인 문제들에 앞서 민족의 공존공영과 직결되는 경제분야에서만큼은 적극 협력해 나가기를 염원한다. 아마 이렇게만 한다면 종국에는 민족화해 및 재결합도 그만큼 더 수월해지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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