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편에 따라야 할 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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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방송공사(KBS)가 22일 가위 혁신적이라할 만큼 대폭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문민시대의 개막과 함께 신임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공영방송의 위상정립을 위한 기반구축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번 조직개편의 특징은 기구를 대폭 축소·통폐합하는 감량경영과 모든 조직의 프로그램제작 위주체제로의 재편으로 압축된다. 그동안 조직과 인력의 낭비 등 방만한 경영으로 비판의 대상이 돼왔던 공영방송에 대한 일대 수술이요,군살빼기 작업의 시작이다.
지난 30년동안 지속돼온 권위주의시대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제작은 물론 인력관리와 경영 등 모든 면에서 다소 방만했던 KBS가 이제 개혁과 변화를 앞장서 실천함으로써 공영방송 본래의 위상찾기를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국민의 입장에서 몇가지 당부를 하고자 한다.
첫째는 KBS가 막강한 위력을 지닌 대중매체로서,이 시대를 선도하는 전파매체로서의 방송철학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방송요원들은 그 합의된 철학에 입각해 프로그램제작에 임해야 한다. 회오리치는 변화와 개혁의 시대정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상화할 것이며,어떤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이 혼란의 시기를 살아갈 삶의 지표를 제시할까에 고민하고 골몰해야 한다. 상업방송은 시청자의 취향과 기호에의 영합이 불가피하다 해도 공영방송은 차원을 달리해 각박해진 국민의 정서를 순화시키고 건전하고 도덕적인 가치관을 함양시키는 본래의 존재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바쁜 일상과 문화공간의 태부족으로 결핍돼있는 국민의 문화정수기회를 제공하고 보충해 황폐한 정신을 정화시키는 일은 공영방송이 맡아야할 중요한 기능이다. 이러한 막중한 사명의 수행자인 방송 종사자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철학과 열정이 있어야만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프로그램제작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는 경영에서 더욱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KBS는 지난 80년 방송통폐합이후 TV시청료를 징수하면서 또 상업광고로 수입을 올려 막대한 재원을 확보하고도 방만한 인력관리와 여러 낭비요인이 겹쳐 적자경영을 면치 못해 비판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의 대대적인 조직개편은 획기적인 개혁작업의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인력의 효율성 제고와 낭비요인 제거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KBS가 외국의 경우처럼 시청료로만 운영되는 공영방송 본연의 체제로 복귀하길 바란다.
방송이 권력의 영향력아래 있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문민시대의 공영방송은 자율과 자립의 정신으로 국민에 대한 정보와 교양,건전한 오락의 장을 마련하는 문화매체로서의 역할을 다 해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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