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대형컬러TV 시장쟁탈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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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형 컬러TV 시장을 놓고 가전업계끼리의 경쟁이 불을 튀기고 있다.
가뜩이나 숨막히는 내수 가전시장에서 대형TV라는 숨구멍이 보이자 저마다 비집고 들어가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전체 컬러TV시장에서 25인치이상의 비중(금액 기준)은 90년 불과 5%에서 92년에는 21%로 껑충 뛰었으며 올해에는 대형TV가 전체 7천8백억원의 35%인 2천7백억원을 차지할 전망이다.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대형TV를 구분하는 기준도 90년에는 20인치 이상, 91년에는 21인치 이상, 지난해부터는 25인치 이상으로 덩달아 올라갔다.
대형TV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소비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데 힘입은바 크다.
또 여기에 VTR 보급이 보편화되면서 「안방에 앉아 큰 화면으로 영화관처럼 즐기자」는 경향이 나타나고 소형TV의 대체수요가 대형으로 이어지면서 시장 확대에 한몫을 하고있다.
높아지는 생활의 질이 TV의 크기를 키운 셈이다.
대형 컬러TV시장은 중견기업인 아남전자가 먼저 길을 열고 대기업인 가전3사가 뒤를 따라잡는 양상이다.
아남전자는 지난 74년 일본마쓰시타사와 합작으로 대형컬러TV를 처음 생산한 뒤 88년에는 29인치 TV를 내놓아 일찌감치 대형TV 전문메이커로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90년 이후에는 각사의 시장점유율에 대한 주장이 서로 뒤바뀔 만큼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입선 다변화품목으로 묶인 25인치 브라운관을 같은 계열사인 삼성전관이 남들보다 한발 빨리 개발해 생산, 91년말부터 25인치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29인치 브라운관 대량생산과 33인치 브라운관의 개발을 발판으로 대형TV 시장의 모든 기종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금성사도 지난해 11월 25인치와 29인치 슈퍼평면사각 브라운관 생산라인을 준공하면서 대형TV시장에서 본격적인 추격에 불을 댕겼다.
금성사는 이를 위해 연초부터 차세대 HD(고선명)TV로 가는 징검다리이자 「대형 중의 대형」이라 할 수 있는 36인치 와이드 스크린TV, 첨단 CDI 등 대형 첨단제품 발표회를 잇따라 여는 등 「첨단 대형TV업체=금성사」라는 이미지심기에 주력하고 있다.
조금 늦게 눈을 돌린 대우전자도 올해 초 25인치 임팩트TV에다 라벤더브라운관을 장착한 임팩트플러스TV라는 새 상품을 앞세워 광고문안대로 「탱크주의」답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판도는 대체로 25인치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강세를 보이고 29인치는 금성사, 33인치는 아남전자가 각각 강세를 보이는 시장분할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전자유통업계의 진단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대형TV의 판도가 가까이서 시청해도 선명한 고해상도의 화면과 현장감을 더하기 위한 높은 출력의 음향개발에 달려있다고 보고있다.
이에 따라 화면의 해상도를 높이고 빛 반사를 줄이기 위해 누가 더 평면에 가까운 브라운관을 만드느냐와 브라운관에 입히는 질 좋은 특수도료를 누가 더 빨리 개발하느냐를 놓고 저마다 안간힘을 쓰고있다.
그러나 브라운관이라는 기존방식을 고집해서는 화면의 크기를 넓히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는 일부 가전업체들은 40인치에서 1백인치까지의 큰 화면을 제공할 수 있지만 가격경쟁력과 선명도에서 뒤떨어지는 프로젝션TV와 액정(LCD)화면TV의 단점 보완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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