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한국 중흥기 맞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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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척박한 토양의 「비뚤어진 소나무」처럼 자라지 못하던 한국마라톤이 90년대 들어 화려한 열매를 맺으며 국제무대에서 계속 승전보를 보내오고 있다.
지난해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황영조(황영조·23)가 56년동안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이미 국민들 뇌리속에 자리잡은지 오래고 이후 김완기(김완기·25·이상 코오롱)의 뉴욕마라톤 3위에 이은 이번 김재룡(김재룡·27·한전)의 보스턴마라톤 2위골인은 한국마라톤이 이제 세계 정상권에 확고히 진입해 있음을 과시한 쾌거였다.
또 김완기는 지난3월 벌어진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올시즌 세계최고기록인 2시간9분25초로 우승한바 있고 이를 지켜본 일본가네보팀의 사다나카감독은 『이런 코스에서 2시간9분20초대가 나온 것은 놀랍다』며 『일본은 지난91년 벳푸마라톤에서 모리시타가 2시간8분40초대로 우승한 이후 한번도 2시간9분대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이제 세계마라톤의 중심은 한국』이라고 치켜세운바 있다.
이제 한국마라톤은 『뛰었다 하면 입상권이고, 코스만 무난했다 하면 2시간8∼9분대는 그냥 내뽑을 수 있는 정상의 기량을 갖추었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됐다. 한국마라톤은 지난 74년3월 문흥주(문흥주·현상무감독)가 세운 2시간16분15초의 한국최고기록이 만10년후인 84년3월 이홍렬(이홍렬)에 와서야 깨질 정도로 정체를 빚었었다. 그러나 9O년대 들어와서는 대회때마다 한국최고기록이 경신될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 이젠 일본·아프리카세·멕시코및 유럽세와 함께 세계마라톤의 정상권에 당당히 올라섰다.
이는 80년대말∼90년대들어 신기록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각 팀이 선수확충에 열을 올리는 한편 각종국내외 마라톤이 상금제를 도입, 이들간의 치열한 라이벌경쟁으로 훈련량이 크게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선수층도 크게 두터워진데다 훈련방법도 과학화돼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무엇보다도 황영조·김완기·김재룡·백승도(백승도)등 중장거리에서 기본기와 잠재력을 갖춘 마라토너들이 풀코스 도전에 러시를 이뤄 앞으로 3∼4년간은 한국마라톤의 전성시대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라는 우려도 크다. 소위 4각편대라는 이들을 받쳐줄 후진들이 아직은 어리기 때문. 현재 고정원(고정원·건국대1) 정만용(정만용·속초동광농공고3·94년 코오롱입단예정) 이동길(이동길·충남체고3·94년 제일제당입단예정)등 유망주들이 자라나고 있으나 풀코스에서 위력을 나타내기까지는 최소한 5∼6년은 걸린다는 지적인데다 이들이 황영조같은 수준으로 커줄지도 의문. 한마디로 세대교체에 대한 불안감이 그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마라토너들의 입대문제. 전국대회 3위내 입상을 못한 선수는 무조건 현역입영대상으로 3년간 군복무를 마쳐야 한다. 그러나 상무팀에 입대할 수 있는 3위내에 드는 선수는 항상 정해져 있어 한국마라토너들의 대부분은 스피드훈련을 채 마치기도 전에 군입대로 도중하차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고 있다. <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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