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지하철 방화사건에 숨은 영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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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두명의 영웅이 1천2백여명의 생명을 건졌다." 7일 홍콩 신문들이 일제히 뽑은 제목이다. 지난 5일 발생한 지하철 방화사건이 인명피해 없이 무사히 끝난 데는 두명의 '영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최초의 영웅'은 발화 순간 즉각 범인을 제지해 불이 더 번지지 않도록 막은 승객 지스제(季詩傑.28.사진 (左))다. 화재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안내방송으로 승객을 대피시키고 최대한 빠르게 열차를 몰아 시민들을 신속하게 '지옥굴'에서 탈출시킨 기관사 장전빈(張振斌.42.(右))이 둘째 영웅이다.

季의 행동은 정말 '영웅'다웠다. 그는 5일 오전 9시12분 방화범이 전동차 바닥에 불이 붙은 발화물질을 던지자마자 재빨리 그를 덮쳤다. 이 때문에 방화범은 석유통(4.5ℓ)과 1회용 가스통에 추가로 불을 붙이는 데 실패했다. 입고 있던 양복 상의를 벗어 불길을 덮고 재빨리 경보를 눌러 기관사에게 방화 사실을 알린 것도 그였다.

季는 "뒤에서 섬뜩한 냄새가 나기에 돌아보니 방화범이 불을 붙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그에게 달려들었다"고 위기의 순간을 회고했다. 언론이 자신을 영웅으로 부각하자 그는 "극심한 공포 속에서도 침착하게 노약자를 우선적으로 대피시킨 이름없는 시민들이 진정한 영웅"이라며 한발 비켜섰다.

張기관사 역시 "승객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침착하게 불을 끄고 대피시킨 역무원들의 공로가 제일 크다"며 자신에게 공이 쏠리는 것에 부담감을 드러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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