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물갈이 제대로 됐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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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하루 아침에 부이사관급 이상 19명이 자리를 바꾸는 대폭적인 인사이동이 교육부에 있었다. 교육의 실무총책이라할 국실장급의 거의 전부가 얼굴이 바뀌었다. 이런 대폭적인 물갈이는 우선 입시부정으로 세상이 들끓게 된데 대한 정부의 사죄란 뜻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관심은 교육개혁을 입안하고 실천할 참신한 진용을 제대로 짰느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보면 본부근무자는 지방이나 외청으로 옮겨가고 그동안 지방이나 외청에 근무하던 사람이 대폭 기용되었다는 특징밖에 없다. 그사람이 그사람이라는 중평이 이미 돌고 있는 무슨 기준으로 인한 인사를 했느냐는 내부 불만도 있다고 한다.
교육개혁을 위한 물갈이였다면 지금껏 교육계내의 숙원이었던 교육전문직의 과감한 등용이 배려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교육정책이 잘 되려면 행정위주의 경험을 지닌 행정직과 교육현장의 오랜 경험을 지닌 교사경력의 전문직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상호보완적 기능을 해야 한다. 그러나 권위주의 시대의 관행은 언제나 행정관리가 교사를 감시하고 감독하는 상위에 서 있었다. 말로는 교육전문직을 중용해야 한다면서도 실천되지 않은게 교육부인사의 특징이었고 그런 폐단은 이번 인사에서도 거듭됐다.
전문직의 등용이나 외부 유능인사의 영입이 이뤄지지 못하는 까닭은 결국 교육부 내부의 행정직 우대라는 보이지 않는 배타적 장벽 때문이다. 이런 지적이 사실이라면 신임 오병문장관은 보다 과감히 이런 풍토를 개선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풍토조성에 힘써야 한다. 들리는 바로는 전문직만 홀대받는 것이 아니라 행정고시를 통해 기용된 고급인력마저 교육부에 가면 지방이나 도서관같은 한직으로 몰아 결국은 교육부를 떠나게하는 배타성을 보인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교육부 내부의 이런 배타성을 타파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교육부가 되기 위해선 과감한 직제개편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전문대학의 숫자나 학생수가 급증하고 있고 그 중요성도 크게 높아졌지만 교육부안에는 이를 관장하는 국이 없다. 보통교육국이라는 1개국이 어떻게 방대한 초·중·고교육 전체를 관장할 수 있으며 각기 다른 특성을 살리는 교육정책을 펼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또 대학을 관장하는 대학정책실이 교육부의 수석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도 시대착오적인 일이다. 대학생 데모가 한창이던 권위주의 시대의 잘못된 직제탓이다. 바뀌어진 시대상황에 맞게 직제 또한 과감하게 개편되기를 촉구한다.
사실상 교육개혁을 위한 대폭적인 물갈이는 직제개편과 시기를 같이하면서 전문직 등용과 외부 능력인사 영입 등의 방법을 통해 보다 철저하고 개혁적인 인사로 새롭게 이뤄져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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