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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지돈」 평균 1억5천만원/차관급이상 동산내역(공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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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예금­주식­각종 회원권 순/검찰·교육직 1,2위… 경제부처 주식많아
공무원이라고 하면 우선 고지식하고 융통성이라고는 별로 찾아볼 수 없는,박봉에 검소가 몸에 배 이재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된다. 웬만한 간부급이라 하더라도 지갑에는 1만원권 3∼4장 정도이고 어쩌다 친구라도 만나 소주잔이라도 나누게 되면 계면쩍게 꼬깃꼬깃 수첩안쪽에 숨겨둔 비상금을 꺼내 계산을 하는 그런 모습을 연상케 하는 것이다.
일단 정무직에 오른 공무원이라면 뭐가 달라도 다르리라고 한수 접어주지만 이번 공직자 재산공개 결과를 보면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 맞은 것 만큼이나 얼떨떨한 충격을 받게 된다. 조막손을 기대하고 잡아본 것이 온통 털로 뒤덮인 「헐크」의 거인손이라고나 할까.
◇보유동산=새정부 출범이후 교수·정계·기업체 출신을 제외하고 순수 직업공무원 출신으로 차관급 이상직에 오른 1백12명이 공개한 현금화 가능한 예금·주식·채권·회원권 등 동산 총액은 1백69억6백37만6천58원.
한사람당 평균 1억5천3백69만여원의 쌈지돈(?)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항목별로 따지면 ▲예금·채권이 1백21억8천1백14만1천2백58원으로 한사람당 1억1천73만여원 ▲주식이 23억4천7백88만6천7백40원으로 한사람당 2천1백34만여원 ▲회원권 값이 23억7천7백34만8천60원으로 한사람당 2천1백61만여원꼴.
예금·채권 항목만 따져보면 한국은행이 92년 상반기 현재로 조사한 전국민 가구당 가계저축 9백13만원의 12배나 되는 액수다.
◇분야별=일반·경제·교육·검찰직으로 분류할때 가장 부자가 검찰직이라는데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그럴 수 있겠다」고 받아들이지만 꼴찌가 경제부처 출신이라는데는 「그럴리가 없다」고 몇번이나 수치를 확인하게 된다. 검찰직이 한사람당 평균 2억원대를 넘어선데 비해 경제부처 출신이 그 절반인 1억원대라는데는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이다.
다른 분야 보다 실물경제에 밝은만큼 이리저리 빼돌리고 공개를 했으리란 의심을 일단 접어두고 공개된 동산의 구성비만 찬찬히 분석해 보아도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다른 분야 공무원들은 전체 동산중 주식투자 비율이 5∼18%인데 비해 경제부처 출신은 25%로 주식에 관한한 검찰직(11.6%)의 두배가 넘는 등 재테크에 능함을 여실히 드러내보이는 것이다.
골프장·헬스클럽·콘도회원권 보유는 검찰직이 으뜸. 초임때부터 「영감」으로 불리면서 스스럼 없이 골프를 접하다보니 골프장 회원권 구입에 별 저항감이 있을리 없고 남을 처벌해야 하는 인간적인 괴로움에 시달리다 보니 심신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헬스클럽이나 콘도회원권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변이다. 공무원을 분야별로 볼때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각 시·도 교육감들인 교육직 공무원들의 보유 동산이 2위라는 점.
교육직의 동산은 한사람당 1억5천7백37여만원이나 되지만 대부분인 1억3천9백88만여원이 예금·채권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은 안정지향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개인별=동산규모 1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유후서울고검장의 14억7천85만1천2백29원.
2위와 3위는 재산공개 이후 구설수에 올라 옷을 벗어야 했던 강신태 전 철도청장과 정성진 전 대검중앙수사부장으로 9억원대와 7억원대. 동산보유 10걸을 보면 검찰공무원이 6명,일반직 공무원이 3명이고 유일하게 안준광주교육감이 4억3천5백여만원으로 5위에 올랐다.
개인별 동산보유에서도 경제부처 출신은 10위 밖으로 밀려나 13위에 고병우 건설부장관이 3억2천만원대를 기록했으나 그 다음순위는 25,30위로 건너뛰어 홍재형재무부장관과 이경식부총리가 2억2천3백여만원,2억7백만여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신고됐다.
한편 1백12명중 동산에 관한한 빈털터리(?)라고 신고한 공직자는 박인수사법연수원부원장,윤한도경남지사,한영성과기처차관,최명선서울고검차장,박해준중앙공무원교육원장 등 5명이다.<엄주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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