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대에 입학한 그는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다. 그러나 1년 만에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간경화로 쓰러진 것이다.
혜진씨는 틈틈이 교회가 주관하는 각종 봉사활동에 참여해 왔다. 2005년 여름엔 인도네시아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동생은 "누나는 교회와 봉사, 가족에게 전념하는 '집안의 기둥'"이라고 말했다. "하루빨리 무사히 돌아올 것을 가족 모두 굳게 믿고 있다"며 울먹였다.
피랍자 중엔 해외 봉사활동을 계속 해 온 이가 많다. 분당 서울대병원의 간호사인 서명화(29.여)씨는 우간다.인도 등에 의료 봉사를 다녀왔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봉사는 남동생 경석(27)씨와 함께 떠났다. 서씨는 이 교회에서 만난 전도사 이성현(33)씨와 올해 초 결혼한 새내기 주부다.
봉사팀의 막내인 이영경(22.여.안양대 영문학과 4년)씨는 이번이 두 번째 해외 봉사활동이다. 지난해 인도에 다녀온 이씨는 올해 "어학연수를 다녀오라"를 아버지의 권유에도 아프가니스탄을 향했다.
납치된 봉사단원 중엔 가족에게 아프가니스탄으로 갔다는 소식을 알리지 않은 사람도 적지 않다. 납치된 김경자(37.여)씨의 어머니 박선녀(62)씨는 피랍 뒤에야 딸의 행선지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박씨는 "아무래도 딸이 가족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행선지를 감춘 것 같다. 아이가 어떤 변을 당하지 않을지 불안해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전문대 디지털애미메이션 강사인 김지나(32.여)씨의 어머니는 "아프가니스탄에 간다는 건 애 아빠에겐 말하지 않았다"며 "나 역시 처음 들을 땐 못 가게 말렸는데…"라며 말끝을 맺지 못했다. 교회 방송을 담당하고 있는 김씨는 출발 전 미니홈피에 '아픈 몸을 이끌고 떠난다. 팀원에게 짐이 되지 않기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박유미 기자, 유한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