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 중독(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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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일찍이 『황금은 훌륭한 물건이다. 황금을 수중에 가진 사람은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다. 황금만 있으면 천당에도 들어갈 수 있다』고 황금 예찬론을 폈다. 그러나 인간사회의 도덕철학은 인간이 지나치게 돈을 추구하면 반드시 화를 입게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성경도 「돈에 대한 애착은 모든 죄악의 근원」이라고 계도한다.
일반적으로 나쁜 것은 전파력이 강하고,중독성이 높다고 한다. 죄악의 수렁에 빠지면 쉽사리 벗어나기 어렵듯이 한번 돈맛에 길들여지게 되면 헤어나기가 어렵게 된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졌다 하더라도 자기가 가진 돈에 만족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나를 가지면 둘을 가지고 싶어하고,둘을 가지면 다시 셋을 가지고 싶어 하는게 돈의 생리다.
도박의 중독성은 여기서 비롯한다. 한번 잃고나면 그 돈을 되찾기 위해 다시 도박에 손을 대야하고,얼마간의 돈을 챙기게 되면 다시 돈맛을 보고 싶어 도박판에 끼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도박판이든 땄다는 액수와 잃었다는 액수가 들어맞는 법이 없다. 가족끼리 판을 벌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19세기초 대마도의 상인들이 장사차 한반도를 왕래하면서 퍼뜨렸다는 화투가 「고스톱」이라는 이름의 크고 작은 도박도구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부터의 일이다. 도박이라면 재산까지 날리게 되는 경우까지를 상상하게 되지만 고스톱은 친지끼리 가볍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놀이이므로 도박과는 구별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고스톱이 성행하게 된 것은 놀이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탓도 있지만 각박한 사회현실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아주 작은 액수의 돈이 오간다해도 도박은 도박이다. 자기 돈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남의 돈을 빼앗아야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대학 가정관리학과 조사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남녀의 94%가 고스톱을 칠줄 알며 그 가운데 20%는 거의 매일 틈만 나면 고스톱을 치는 중독자로 나타났다고 한다. 특히 상습자중 5%이상은 수백만원에서 수억원대에 이르는 판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돼 심각성을 드러냈다. 대체할만한 놀이문화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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