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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생활 누리겠다" 일 여성「조용한 혁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일본이 여성사회로 간다. 일본 여성들이 자기생활을 인식하면서 남성우위 사회를 뒤바꾸고 의식변혁을 촉구하는「조용한 혁명」을 진행중인 것이다. 『일본여성: 전통적 여인상과 변화하는 현실』이라는 최근 저서에서 일본 게이오대 이와오스미코 교수는「일 중독」에 걸린 남성들이 모르는 사이 여성들은 자녀와 가계를 장악하고 많은 재량권을 손에 넣어 자기고유의 삶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가정의 실질적인 주인이 된 여성들은 일밖에 모르는 남편과 이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젊은 여성들이 남성위주의 권위적 부부관계에 환멸을 느껴 독신으로 살아가는 추세도 계속 될 것이라고 구체적 실례를 들어 분석한다.
특히 요즘엔 20∼30년간 일벌레 남편과 살며 집만 지켜오던 중년여성들이 남편의 정년퇴임을 기다려 결별을 선언하고 새 출발하는「은퇴이혼」현상도 뚜렷하다.
결혼과 동시에 입사한 회사에서 32년간 일만 해온 남편이 정년퇴직하는 날 10년동안 가슴에 품어왔던 이혼을 선언한 한 여성은 전 남편이 농담말라며 믿지 않아 설득에 애를 먹었다. 결국 그 날이 결혼기간중 가장 많은 얘기를 나눈 날이 됐다』고 말했다.
이와오 교수에 따르면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은 일본 노동자 총수의 38%로 고용상 성차별이 심각하며 봉급 수준도 남성의 61%에 불과하다. 직장여성중 자신의 직업에 만족한다는 사람은 24%에 지나지 않는다.
이같은 불평등 처우에 항의라도 하듯 일본 여성들의 출산율도 자꾸 떨어져 91년 여성 1인당 자녀수는 1.53명으로 최저를 기록했다. 이와오 교수는 독신여성 증가로 출산율 감소 경향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젊은 여성들은 어머니 세대를「절대 닮아서는 안될 사람들」로 여기고 있습니다. 결혼 후 집에 남아 남편을 기다리느니 독신의 자유를 만끽하겠다는 결혼기피증이 미혼여성들 사이에 만연하고 있지요.』
혼인연령인 25∼29세 여중 37%가 결혼을 인생의 굴레의 시작으로 보고 독신을 고집하고 있다. 이들은 직업을 통한 경제적 자립을 무엇보다 중시하면서도 다양한 레저와 문화생활로 개성있고 다원화된 삶을 추구, 그동안 경제동물 남성들이 상실했던「산다는 것의 의미」를 복원하고 있다. 올초 외교관 오와다 마사코(29)양이 자기일을 포기하고 왕세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접한 절대다수 젊은 여성들의 반응은 『왜 그 좋은 직업을 결혼과 맞바꾸려 하는지 알 수 없다』였다. <위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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