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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서 한국 기독교인 20여명 피랍

중앙일보

입력

아프간 가즈니주(州) 미라주딘 파탄 주지사는 20일 AFP와의 인터뷰에서 "하루 전 남부지방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20명 내외의 한국인이 탈레반 테러범들에게 납치됐다"고 말했다. 탈레반 무장 세력은 이들이 탑승 중이던 버스를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에서 강제로 세운 뒤 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에는 한국인 일행을 포함 여러 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인 일행은 이 지역을 지나는 동안 현지 경찰이나 치안담당자에게 연락하거나 보호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파탄 주지사는 덧붙였다. 경찰 책임자 알리 샤 아마드자이는 AFP를 통해 "그들이 타고 있던 빈 버스를 발견했으며 그 지역에서 수색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오늘 오전 아프간에서 한국인들이 피랍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확인중"이라며 "여러가지 정황상 사실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김호영 2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현지 대사관에 지휘본부를 설치해 대책마련에 나섰다.

납치된 한국인 일행은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샘물교회 소속 신도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도들이 납치된 샘물교회는 현지 사정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교회 관계자는 이 교회 배형규 목사와 20대 후반~30대 초반 신자 20명(남 7·여 13)이 13일 출국했으며, 아프간 칸다하르의 힐라 병원과 은혜샘 유치원에서 협력봉사활동을 벌인 뒤 23일 귀국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배 목사 일행은 현지의 선교사들과 합류해 마자리 사리프에서 칸다하르로 이동 중 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탈레반 무장세력은 현 정권을 전복하고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는 서방군대를 몰아내기 위한 방편으로 미국과 나토군을 상대로 한 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외국인 납치사건을 벌여왔다.

분당 샘물교회 아프간 출국자 명단

▲배형규(42) ▲이선영(37.여) ▲서명화(29.여) ▲차혜진(31.여) ▲서경석(27) ▲고세훈(27) ▲김지나(32.여) ▲김경자(37) ▲유정화(39.여) ▲제창희(38) ▲심성민(29) ▲이주연(27.여) ▲유경식(55) ▲송병우(33) ▲이영경(22.여) ▲한지영(34.여) ▲김윤영(35.여) ▲안혜진(31.여) ▲이성은(24.여) ▲이정란(33.여)

임봉수 기자

※ 탈레반=1994년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주에서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 학생 2만5천여명이 중심이 돼 결성된 무장 이슬람 정치조직이다. 결성 당시부터 군정세력으로 출발해 결성된 그해 아프간 국토의 80%를 장악, 이듬해 카불을 점령하고 14년간 계속된 아프간 내전과 4년간의 권력투쟁을 종식시켰다.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가 이끄는 탈레반은 2001년 연합군의 공격으로 붕괴될 때까지 아프간을 통치했다. 2001년 9.11 사건 이후에는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은신을 도우며 '성전'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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