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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인상안의 첫 합의(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중앙단위의 노사단체인 노총과 경총이 처음으로 올 임금인상 단일안에 합의했다. 노사 자율에 의해 마련될 공동의 임금 가이드라인은 우리 경제가 안고있는 여러가지 난제 가운데 하나를 풀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동안 중앙에서뿐 아니라 각 사업장에서 나타났던 노사간의 대립과 투쟁이 보다 성숙되고 안정된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같은 전환기적 상황이 단순히 노측이나 사측 가운데 어느 한쪽의 입장을 강화하는데 이용됐거나 또는 일방적인 양보를 끌어내는 수단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는데 이번 극적타결의 의미가 있다. 성장이 계속 뒷걸음질하고 실업이 증가하며 생산성 향상이 미진한 상태에서 기업과 근로자들이 가야할 길은 협력과 공존의식을 바탕으로 한 경제회복일 것이다.
이제는 각 사업장에서 중앙의 노사간에 합의된 단일안을 어느 정도의 신축성을 가지고 수용하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다. 임금인상률이 4.7∼8.9%란 큰 범위를 두고있어 단위사업장의 근로자측은 상한선을 기준으로,또 사용자측은 하한선을 기준으로 협상을 진행시킬 것으로 예상돼 부분적인 마찰이 빚어질지도 모른다. 이미 일부 산별노련은 10% 이상의 임금지침을 일선 사업장에 내려보낸 상태다.
단위사업장의 임금협상이 노사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살리면서 타협을 끌어내려면 기업의 재무구조에 대한 명확하고도 공정한 자료공개와 이에 대한 노측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기본조건이 만족되지 않고서는 전환기적 상황에 맞는 임금타결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87년 이후 인상된 임금은 왜곡된 분배구조를 개선하는데 기여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산업의 가격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임금이 가지고 있는 비용적 성격이 기업의 성장과 생산성 향상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다는 것을 우리는 실증적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노사간의 임금협상은 고통의 분담정신과 신뢰관계에서 풀 수 밖에 없다. 성과급의 실시와 고용안정 및 생산성 향상 등은 양측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 사용자측이 근로자들로 하여금 진정으로 귀속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앞장서면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며 그 결과 더욱 나은 이익배분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근로의 질은 반드시 높은 임금인상만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들 스스로가 일의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양측이 노력한다면 생산성도 향상되고 임금소득도 증가할 것이다.
정부는 임금안정을 위해 근본적이고도 일관성 있는 물가안정 정책을 추진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성과급에 대한 면세조치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보완적인 조치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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