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파악' '논조 일관' … 의혹 해소엔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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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가 19일 오후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장에 들어서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명박

19일 이명박 경선 후보에 대한 검증 청문회의 하이라이트는 재산 은닉 의혹에 대한 추궁과 답변이었다.

처남 김재정씨와 맏형 이상은씨가 1985년 15억6000만원에 매입해 95년 263억원에 포스코에 판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이 이 후보가 아니냐는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가장 뜨거웠다.

-(박광수 회계사)김재정씨와 이상은씨가 도곡동 땅 매입 자금 출처를 제대로 내놓지 않았다.

"22년 전에 땅을 산 자금 출처를 내놓으라면 누구라도 딱 아귀가 맞게 내놓지 못할 것이다. 큰형은 소 300마리가 넘는 농장과 전기설비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처남은 부동산 전문 회사에서 일했다. 어디서 돈을 만들어 샀을 것이다."

-자금 출처를 해명하지 못하면 실 소유주 논란이 계속 될 것이다.

"85년이면 (내가)정치할 생각도 없었는데 왜 내 땅 사면서 남의 이름으로 샀겠나."

-땅을 살 당시 김씨와 상은씨의 투자 비율은 53대 47 정도였다. 그러나 매각 대금은 김씨가 178억원을, 상은씨가 85억원만 받았다. 이후 2001년 2월 김씨가 상은씨에게 58억원을 지급하면서 비로소 비율이 52대 48로 투자 비율과 비슷하게 됐다. 이 땅이 다른 사람(이 후보) 소유라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그 땅이 내 것이면 얼마나 좋겠나. 큰 재산인데….(도곡동 땅을 매입한) 김만제 전 포스코 회장도 99년에 검찰에서 혹독하게 조사받았다. '이명박 땅인데 좀 사 달라'고 내가 김 전 회장에게 부탁했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김 전 회장이 박근혜 후보 캠프의 고문이지만 그 얘기를 부인하고 있다.(처남과 큰형)두 동업자 사이에 돈이 왔다 갔다 한 것을 두고 이명박 땅이 아니냐고 질문하면 나도 답변하기 힘들다."

-매각 대금이 김씨와 상은씨에게 들어간 이후 변동 없이 두 사람 앞으로 돼 있다. 두 사람의 은행 거래 계좌가 모두 이 후보 소유의 건물이 있는 서초동 법조단지 지점에 계설돼 있다. 예금이나 양도세 납부, 증자 대금 납입, BBK에의 투자 등도 모두 동일한 날짜에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각 대금을 이렇게 많이 받고도 김재정씨는 9회에 걸쳐 19억2000만원을 대출받았다가 상환했다.이해가 되나.

"두 사람의 돈이 나에게 한 번도 안 왔다고 의심스럽다고 말하는데 돈이 들어왔다면 또 의심 안 하겠나. 계좌가 서초동에 있는 것은 두 사람 소유 회사(다스)의 서울지사가 서초동 사무실 주변에 있어서다.(대출건은)땅을 판 돈을 보험회사에 장기 예금했기 때문이다. 이걸 해약하면 큰 돈을 손해보게 되니 19억원을 대출해 쓰고 장기 예금 말기 때 19억원을 상쇄하고 찾은 것이다."

◆도곡동 땅=이명박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와 큰형 이상은씨가 1985년 전모씨로부터 15억6000만원에 사들여 95년 포스코개발(현 포스코 건설)에 263억원을 받고 판 서울 도곡동의 땅. 실제 주인이 이 후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승욱 기자

박근혜 후보가 19일 오전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를 마친 뒤 청문회장을 나서고 있다.[사진=오종택 기자]

박근혜

19일 한나라당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박근혜 경선 후보에게 겨눠진 검증의 칼은 고(故)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에 집중됐다. 청문위원들은 집요하게 박 후보와 최 목사의 관계를 파고들었다. 3시간30분의 청문 시간 절반가량이 최 목사 얘기로 채워졌다. 다음은 위원들과의 문답.

-(김명곤 변호사) 최씨와 처음 어떻게 만났나.

"1975년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할 때 (최씨가) 위로 편지를 보내왔다. 마음에 와 닿아 만나보고 싶어 만났다."

-퍼스트 레이디로 사람 만나는 데 구체적 확인도 안 하고 만나나.

"그 사람의 일생까지 검토하고 만나진 않는다."

-당시 정보부 조사에 따르면 공사를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느니 해서 돈을 받은 사실이 포착됐다고 한다. 그 비리 건수가 40여 건이 된다는데.

"중정부장이 보고해 아버지(고 박 대통령)가 관계자들을 불러 직접 조사한 적이 있다. 실체가 없는 얘기로 끝났다. 아버지가 대검에 넘겨 조사하라고 했는데 만약 (최씨가) 부당한 짓을 했다면 보고됐을 것이다. 아버지는 그런 일에 엄격했기 때문에 용서가 있을 수 없다."

-최씨와 관련된 얘기만 나오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다. '천벌을 받을 일'이라는 등 표현이 과격한데.

"최씨가 이런저런 비리가 있고 나쁜 사람이라고 한 뒤 저와 연결시켜 공격한다. 음해성 네거티브다. 나중에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얘기도 하더라. 애가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네거티브를 이런 식으로 하면 천벌을 받을 일 아닌가. 만약 아이가 있다면 데리고 오라. DNA 검사도 해주겠다."

-최씨가 모함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나.

"실체가 없지 않느냐. 그러나 지금이라도 실체가 있다면 굉장히 유감이고 잘못된 일이죠. 앞으로는 잘 모르겠다."

-(인명진 목사) 박 전 대통령의 비서관을 지냈던 선우련씨가 비망록에서 '박 대통령이 최씨를 거세하고 구국봉사단 해체를 지시했다'고 적었다.

"비서관이라도 사실에 입각한 증언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헌 변호사) 동생 근영씨가 육영재단 분쟁 시 한 인터뷰에서 '최태민씨가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잘 모르고 한 말이다."

-최씨가 육영재단 고문 직함을 갖고 결재에도 관여했다는데.

"사실이 아니다. 당시 나이가 70대로 연세가 많은 분이어서 예우해 고문으로 부른 것뿐이다."

-(정옥임 선문대 교수) 최씨에 대해 국민이 혼란스럽게 생각할 것 같다.

"실체가 없는 일에 대해 똑같은 얘기를 열 번 하면 실체가 있는 것으로 되나. 그런 것은 아니다."

◆최태민 목사=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박근혜 후보가 주도했던 구국여성봉사단의 총재였다. 당시 중정은 최 목사가 '많은 부정을 저질렀고, 여성단체들에 원성의 대상이 됐다'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94년 82세로 사망했다.

신용호 기자<nova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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