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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정치실험 … 오늘 한나라 검증 청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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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거짓 없이 진실만을 대답해 주길 바란다."

한나라당 검증 청문회를 하루 앞둔 18일 안강민(사진) 검증위원장은 이같이 말했다.

"뒤늦게 본선에서 문제가 터져 정권교체에 실패한다면 (두 후보가)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 달라"며 한 당부였다. 그는 "조사가 완료된 부분은 조사 자료를 통해, 미진한 부분은 의혹을 추궁하는 질문으로 후보들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 드리겠다"는 다짐도 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에 대한 안쓰러움도 드러냈다.

"상대 당 후보는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한나라당 후보만 엄동설한에 발가벗긴 채 내놓은 것 같아 두 후보에게 안타까운 생각도 없지 않다"며 "국민이 후보들의 조그마한 허물들은 정권교체란 열망과 열기로서 녹여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카메라 앞에 서길 싫어한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표정은 내내 굳어 있었다. 그는 "(국민에게) 완벽한 검증 자료를 보여 드리지 못하고 물러나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말도 했다. 검증위는 청문회를 끝으로 활동을 종료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검증위의 실효성을 걱정했는데.

"실효성에 대해 의심을 가지고 있다. 당에서 검증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렵다. 자료 협조 등 후보들이 도와줬어야 하는데 잘 안 됐다."

-청문회에서 새로운 질문도 나오나.

"우리가 후보들에게 미리 준 질문지는 대상 범위를 알려준 정도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있지 않겠느냐."

-후보의 흠결이란 표현을 썼는데 후보의 위법 사실을 발견했다는 말인가.

"뭐 그런 게 있겠느냐."

-검증위원장 자리를 다시 제안받는다면.

"안 할 것이다."

그는 특히 후보들의 자료 비협조와 검증위를 무시한 공방에 대해 불편해했다. 또 후보 간 검증공방이 검찰 고소 사태로까지 간 데 대해 "검증위 존재 의미마저 상실된 게 아니냐는 회의를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당수의 중요 사항이 검증위와 관계없이 수사기관의 수사에서 밝혀지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말도 했다. 검찰 등 외부 세력이 사실상 '검증'을 좌우하게 될 상황을 우려했다.

사실 한나라당에선 범여권의 네거티브 공세 때 그가 방어하는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후보들 간 공방은 직접 하든, 언론을 통하거나 수사기관을 통해서 하든 후보들이 잘 알아서 하라"며 "난 (이제) 당에 필요없는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검증위는 이날 행사장인 백범기념관에서 종합 리허설을 갖는 등 막판 점검에 매달렸다.

고정애 기자, 김효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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