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위」도전권 놓고 결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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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내 최고권위의 왕위전에서 조훈현9단· 이창호6단이 29일 도전권을 놓고 결전을 벌인다. 지난해 5월이후 10개월간 끌어온 본선리그에서 8명의 정상급 기사가 치열하게 경합했으나 도전권의 향방은 6전 전승의 조9단과 5승1패의 이6단 사이에서 판가름나게 된 것이다.
리그전 초반에선 서봉수9단을 꺾은 황원준7단, 내리 4연승을 거둔 정수현7단의 기세가 돋보였다. 또 무명의 프로기사였던 한철균4단은 이창호6단·서봉수9단을 상대로 완승 일보전까지 몰아붙여「무명과 4인방의 차이는 의외로 별 것 없다」는 평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4인방의 저력은 후반으로 갈수록 위세를 떨쳤다.
왕위전의 태풍의 눈으로 꼽혔던 정7단은 후반 3연패로 주저앉았고 황7단역시 서9단에게만 치명적 타격을 가했을뿐 2승5패로 밀려버렸다. 무명의 한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한4단은 7연패 당해 본선의 높은 벽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오는 29일의 최종 28국에서 서9단이 승리하면 그대로 도전자가 되고 이6단이 이길 경우 재대결을 벌인다.
「왕위」는 유창혁5단이다. 그는 지난해 이6단으로부터 4승3패의 아슬아슬한 스코어로 타이틀을 쟁취했다. 또 이6단은 91년 조9단을 4대3으로꺾고 타이틀을 따냈었다.
이 3인은 왕위를 놓고 수레바퀴처럼 돌고 있으나 조9단은 여기서 상승세의 이창호를 저지하지 못한다면 영영 말려버릴지도 모를 위기에 처해 있다.
벼랑에 선 조9단과 바둑계 전하통일의 기치를 내건 이6단의 한판승부는 올해의 판도를 결정짓는 중대한 고비로 바둑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박치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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