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질 여마라톤 언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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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남자는 뛰어 가는데 여자는 기어 가고 있다. 한국마라톤의 남고여저 (남고녀저) 현상이 심화되고있다.
남자마라톤은 90년대 들어 매년 기록단축을 거듭하며 세계정상으로 치닫고 있는데 반해 여자는 뒤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여자마라톤은 21일동아마라톤 (1위· 김영임2시간45분52초)에서도 기록경신은 커녕 2시간32분40초의 한국최고기록 (87년 김미경수립) 과의 격차가 13분40초로 벌어지고 말았다. 그나마 20명의 출전선수중 골인테이프를 끊은 선수는 8명뿐.
현재 아시아여자마라톤의 최고기록은 일본의 유미 고카모가 지난해 1월오사카 국제마라톤에서 수립한 2시간26분26초. 일본은 고카모 외에 바르셀로나올팀픽 은메달리스트 아리모리 유코와 91동경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야마시다 사시코등 2시간26분대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웬만한 국내대회도 2시간27분대는 어렵지 않게 달리고 있다.
중국 역시 서울올림픽에서 자오유펭이 2시간27분06초의 아시아 최고기록을 수립한 것을 비롯, 91년 오사카마라톤에서는 신예 천칭메이가 2시간29분44초로 3위를 마크하는등 30분벽 돌파선수들이 즐비하다.
남자는 우리에게 상대가 되지않는 북한도 여자마라톤에서는 89년 북경국제마라톤에서 문경애· 전금숙이 2시간27분16초와 2시간30분 서로 각각1,2위를 기록하는등 성가를 높이고 있다.
왜 여자만 뒤로 처지고있는가. 한국여자마라톤은 지난해까지 동아마라톤을 5연패한 이미옥 (은퇴) 이 88년 2시간33분14초로 김미경의 한국최고기록에 접근했을뿐 한차례도 35분대에도 진입하지 못한 채 2시간32분40초의 한국최고기록이 6년째 낮잠을 자고 있다. 2시간21분6초의 세계최고기록과는 비교하기조차 낯부끄러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부진한 이유를 ▲선수및 지도자들의 자세 및 자질부족▲인색한 투자와 정책적 배려 미비로 저변이 부실▲그나마 이들을 조련할 역전대회의 부족등에서 찾고 있다.
이번 동아마라톤에서도 여자부는 기록경신은 안중에도 없고 지나치게 순위에만 집착한채 초반부터 상호견제와 진로방해속에 지그재그주법이 판을 치는가하면 운동장에 들어와서까지 선두그룹이 떼지어 달리는 해프닝이 열쳐졌다. 이는 선수및 지도자들의 레이스에 대한 자신감과 사명감이 결여돼 무조건 등수안에 들고보자는 무사안일주의 때문.
또 고졸이상 등록선수가 장거리종목을 포함, 고작30∼40명 (일본·중국은 수전명) 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들이 기량을 연마할 여자역전경주대회가 국가대표 6∼7명만이 참가할 수 있는 서울국제여자역전경주(92년 창설)뿐이며 (일본은 50개이상), 지도자들중 상당수가 비전문가라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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