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외출도 삼가며 조용히 “보통생활”/노태우 전 대통령 요즘 뭘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전씨에 만날의사 전해놓고 기다리기/“IOC위원설 터무니없는 소문” 펄쩍
대통령이 바뀐지 한달이 되고 있다.
새로 들어선 김영삼대통령은 개혁의 장풍을 휘몰아치며 뉴스의 한 가운데에 서있다.
집으로 돌아온 노태우 전 대통령은 어떤 심경일까.
노 전 대통령은 상당기간 아무런 뉴스나 바람을 만들지않고 조용히 시민생활을 익혀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그의 마음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험이 교훈으로 새겨져 있는 것 같다.
노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백담사일은 참으로 가슴아픈 역사였으며 전직 대통령이 회오리를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몇몇 측근은 노 전 대통령에게 김 대통령에게 부담가는 일이나 국민에게 점수깎일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건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을 우르르 모으는 세과시같은 것은 하지말도록 하는 등 전 전 대통령이 비판받는 대목은 철저히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겉모습은 평온하다.
전 전 대통령과는 달리 「청산」태풍도 불지않고 있고 전 전 대통령의 집앞주변은 아직도 전경이 울타리를 치고 있지만 그의 집앞은 시민이 자유롭게 왔다갔다 한다.
주변이 전하는 그의 심리상태도 상당히 「잔잔」 「담담」 「홀가분」한 편이라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조용한 처신」을 위해 외출을 의식적으로 삼가고 있다. 집근처 헬스클럽이나 테니스장에 가는 것말고는 집에서 하루 4∼5차례 방문객을 맞고 있다. 퇴임직후엔 하루 30여명,요즘은 평균 10여명정도다.
대개 전직국무위원·수석비서관·전현직의원·군동기·후배들이다. 황인성총리·김덕안기부장 등이 예우차원에서 다녀가기도 했다. 김복동·박철언의원은 발길이 뜸하다.
정해창 전 비서실장,이현우 전 안기부장,최석립 전 경호실장,김중권 전 정무·김학준 전 공보·이병기 전 의전수석 등 「마지막 비서실」팀이 단골 손님이다. 이들은 시청옆 빌딩에 연락사무실도 열어 놓고 있다.
방이 5개인 2층 양옥엔 부부만 살고 있다. 집에는 윤석천(1급)·노문성(3급) 비서관이 공식으로 출퇴근한다.
노 전 대통령은 현재로선 별다른 사회활동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
회고록집필도 뒤로 미루어 놓았고 사무실도 낼 생각이 없다고 한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설」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측근은 고개를 저었다. 이같이 「죽어 지내는」것은 노 전 대통령의 성격탓도 있지만 김 대통령의 「심기」를 안건드리려는 전략적 측면도 있다.
그는 「보통사람」 생활에 뛰어들고 있다. 며칠전엔 아내 김옥숙여사와 함께 집근처 슈퍼마킷에 들러 직접 장도 보았다. 일주일에 2∼3번 새벽에 동네 헬스클럽에 나가 운동을 한후 「대중탕」에서 회원들과 얘기를 나눈다.
그러나 그의 마음 깊숙이에는 홀가분하지 못한 구석도 있다. 다름아니라 김영삼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관계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측에게 몇차례 인사방문의 의사를 비쳤으나 반응이 없다고 한다. 김 대통령이 김복동·박철언의원을 어떻게 「손볼」지도 불안한 대목이다. 더욱이 권익현·정호용의원 등 육사11기 동기들이 대부분 전두환 전 대통령과는 자주 어울리면서 자신은 찾기조차 하지않아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전 전 대통령측은 여전히 『급할게 없다』며 만나길 꺼리고 있고 노 전 대통령쪽은 「나름대로 성의표시」를 한뒤 성격 그대로 전 전대통령이 풀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김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