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시장’ 못읽어 ‘시장’서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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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미 경제전문지 포춘은 15일 인터넷판에서 매출 기준 글로벌 500개 기업 가운데 적자가 큰 17개 기업을 선정, 이들을 ‘돈을 잃은 기업(Money Losers)’이라 칭했다. 포춘이 ‘돈을 잃은 기업’을 따로 발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돈을 잃은 기업’ 대부분은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포춘은 분석했다. 반면 수익이 많은 20개 기업도 선정했다. 이들은 반대로 “시장의 변화를 정확하게 읽고 기업의 적응력을 높인 게 주요했다”고 포춘은 설명했다. 적자 1위는 포드, 흑자 1위는 엑손 모빌이다.

◆패인은 “시장 변화에 둔감”=적자 규모가 가장 컸던 포드는 시장 흐름에 둔감했던 대표 기업이란 오명을 썼다. 유가 상승으로 소비자는 에너지 절약형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포드는 이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엉뚱하게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처럼 연료소비가 많은 자동차에 역량을 집중했다. 올 들어 고급차 부문 매각을 비롯한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경쟁업체를 따라가기는 힘든 상황이다. 비슷한 이유로 GM도 ‘돈을 잃은 기업’ 5위에 올랐다. 완성차 업체가 시장 변화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다 보니 부품업체 델파이(4위), 자동차용 내장재 제조업체 리어(8위)도 적자를 많이 낸 기업에 꼽힐 수밖에 없었다.

 적자 규모 6위에 랭크된 코카콜라도 마찬가지다. 웰빙 때문에 탄산음료 시장이 급격히 줄고 있는데도 옛 명성만 믿고 변화에 소극적이었다. 최근에야 건강음료 업체 글락소를 41억 달러에 인수하고 명예회복에 나섰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원자재 가격 흐름 못 읽어 불명예=타이어 제조업체인 굿이어, 항공사인 델타, 육류가공업체인 타이슨은 원자재 가격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은 물론 대처마저 늦어 ‘돈을 잃은 기업’이란 불명예를 썼다.

 굿이어는 고무 가격 상승이 급등했지만 미리 원료를 확보해두지 않아 곤욕을 치렀다. 육류 가공업체 타이슨엔 옥수수와 같은 곡물이 없어서는 안될 원자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유가 상승에 따라 바이오 에너지가 인기를 얻고, 그의 원료로 사용되는 곡물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란 사실을 예측하지 못했다. 델타는 연료가격의 상승과 9·11 테러 이후 지속되고 있는 승객 수 감소 때문에 62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위기를 기회로=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금리상승 등 금융회사를 둘러싼 환경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도 씨티그룹·BOA(뱅크오브아메리카)·HSBC 등은 수익을 많이 내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포드와 GM이 적자기업에 꼽힌 반면 일본의 도요타는 순익 기업 15위에 들어 대조적이었다. 유가 상승을 예측하고 일찍이 설비 확충, 원자재 확보 나선 에너지 기업의 수익성은 단연 돋보였다. 상위 5개 기업 중 3개(엑손모빌·로열더치쉘·BP)를 차지하고 톱 20 가운데도 10개가 석유·천연가스 관련 기업이다. 러시아의 가즈프롬, 중국석유공사,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와 같은 각국 주요 에너지 기업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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