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재 바우어가 있다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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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 15면

존 매클레인이 돌아왔다고 난리법석이다. 시원시원한 액션과 삐딱한 태도로 20세기의 끝물을 즐겁게 했던 그가 ‘다이하드 4.0’으로 돌아왔으니 액션영화 팬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너무도 길었던 휴지기였단 말이다.

문은실의 ‘미드’ 열전

하지만 미국 액션 드라마 팬들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이 그렇게 지루할 것까지는 없었다. ‘다이하드’ 시리즈의 ‘수퍼 독고다이(?)’ 존 매클레인의 카리스마와 포스에 절대 꿀릴 것 없는 남자 잭 바우어가 ‘24’라는 신종 드라마 장르를 통해 새로운 액션을 선보이며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줬기 때문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미드(미국 드라마)’를 보겠다며 나서는 이에게 가장 좋은 추천작은 뭐니 뭐니 해도 ‘24’다. 날이 갈수록 장르가 퓨전화되면서 하나의 드라마에 코미디· 스릴러·로맨스 등의 장르가 고루 섞이는 것은 이제 그다지 복잡할 구석도 없다.

그러나 ‘24’는 완고하다. ‘24’를 구분 짓는 장르는 오직 하나, 액션에 액션 그리고 또 액션뿐이다. 액션이 어중간하면 여성 관객이 떨어져나가면서 남녀의 편싸움이 시작되겠지만, 웬걸. ‘24’는 확실히 가장 자애로운 남녀평등의 메시지이다. 제대로 잘 꾸려진 액션은 로맨스와 아트를 압도하는 단순함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밀도 있는 액션을 선보이고 있다는 ‘24’에 여성 팬이 두터운 이유도 그것일 게다. 액션이라는 한 우물만을 파되, 게다가 테러에 대한 위협과 해결이라는 그 모든 상황이 실시간으로 24시간 안에 벌어지고 해결되어야 한다는 유례없는 긴박감은 ‘다이하드’ 시리즈를 능가하는 액션 장르 절대 지존의 자리에 ‘24’를 등극시켰다.

존 매클레인이 돌아왔다고? 무릇 경사스러운 일이겠지만, 한편으로 당신은 ‘푸훗’ 하는 미소 역시 날릴 수 있어야 한다. 이미 당신은 지난 6년여 동안 매해 시간상으로도 ‘다이하드’ 무한액션의 열 곱절 이상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존 매클레인이 돌아왔다고? 푸훗, 우리에겐 이미 잭 바우어가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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