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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술보다 수다가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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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잘 떠는 남자'란 이미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방송인 지석진씨. [사진=권혁재 전문 기자]

‘수다 떠는 남자’, 어떻게 생각하세요? 할 일 없는 여자들의 시간 죽이기 정도로 폄하되던 수다가 요즘 스트레스 해소 수단을 넘어 성공을 위한 필수 능력으로까지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술도, 담배도 싫고 수다가 최고”라고 외치는 남자가 많아지고, 입담 좋은 남자 연예인들이 TV를 장악한 지도 오래지요. 그러나 여전히 “남자는 과묵해야 한다”고 외치는 아저씨들. 실은 누구와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몰라 머뭇대는 경우도 많은데요. 세련된 수다맨이 대접받는 세상. 당신은 ‘수다매니어(mania)’입니까, 아니면 ‘수다포비어(phobia)’인가요.
 

글=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금요일 밤 11시 홍익대 앞 ‘토크바’

 길다란 바(Bar)와 몇 개의 테이블. 일반 카페와 다를 바 없어 뵈지만 이곳은 ‘대화에 고픈’ 남자들이 모여드는 이른바 ‘토크바’다. 30대 후반에서 40대쯤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한 명씩 바에 앉아 그 안쪽에 자리한 젊은 여성들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체 손님의 30~40% 이상이 혼자 오는 분들이에요. ‘기러기 아빠’도 있고 이혼하신 분들도 있지만 평범한 가장도 적지 않죠”. 사장 전모(33)씨의 얘기다.

 최근 3~4년 사이 홍대 앞과 압구정동 등지에는 ‘여종업원과의 신체 접촉 금지’를 내세운 이런 토크바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전 사장은 “고민은 많은데 털어놓을 곳이 없는 남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일 것”이라며 “친구가 된 기분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언어학자 앨런 피즈는 저서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 에서 남자들의 대화는 목표지향적이기 때문에 흐름이 자주 끊기고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남자는 감정을 드러내선 안 된다”는 교육 탓도 크다. 사업가 김동석(45)씨는 “젊은 직원들과는 말이 안 통하고 아내에게 다가가면 ‘당신 말투는 꼭 싸우자는 것 같다’는 면박을 듣는다”며 “표현을 안 하는 데 익숙해지다 보니 이젠 대화하는 방법 자체를 잊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

남자는 과묵한 게 미덕?

 반면 젊은 남성들은 의외로 수다에 적극적이다. 30대 초반의 회사원 백기형씨는 “또래들과는 술을 진탕 마시기보다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 게 더 재미있다”며 “수다 자리가 늘수록 대화거리도 풍부해지고, 수다 자체의 기쁨마저 배우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week&이 취업포털 ‘커리어’와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20대 남자의 55.3%가 ‘수다를 즐기고 있다’고 답해 40대의 10.6%와 큰 차이를 보였다. ‘수다를 거의, 혹은 전혀 즐기지 않는다’는 답변은 20대에서 9.9%, 30대는 21%인 반면, 40대는 63.3%에 달했다.

 미국 UCLA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최근 슬픔이나 분노를 말로 표현하는 순간 뇌에서 그 감정을 느끼는 편도체의 반응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했다. 수다가 슬픔과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데 특효약이라는 것이다. ‘수다 예찬론자’인 방송인 지석진씨는 “나 같은 사람이 인기를 얻는 것은 수다를 떨고 싶은 남자들이 TV 속 수다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화법을 연구하는 상생화용연구소의 최현섭 소장은 “수다로 스트레스를 풀거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술이나 담배보다 위험부담이 훨씬 적다”며 “남자들이 수다를 즐기기 위해서는 자신의 심리 상태를 자주 돌아보며 이를 표현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절반 이상 "수다 즐긴다"

 본지가 취업포털 ‘커리어(www.career.co.kr)’와 함께 20~40대 남성 19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이 ‘수다를 즐기는 편’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세대별 비율은 큰 차이를 보여 20대는 ‘수다를 즐기는 편입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15.9%)’ ‘그렇다(39.4%)’는 응답이 절반을 훌쩍 넘은 반면 30대에서는 10.9%, 40대에서는 10.6%만이 수다를 즐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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