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유니베라 … 세계 시장 1위 ‘알로에 명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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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베라는 알로에를 재배하고 그 성분을 연구해 이를 소재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알로에 전문 기업이다. 이병훈 유니베라 총괄사장이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이 회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현대인은 반(半) 건강 상태에 놓여 있어요. 병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건강하지도 않은 상태죠. 천연물을 섭취하고 라이프 스타일을 개선해 ‘반 건강’을 ‘온 건강’ 상태로 되돌리는 웰니스 사업이 유망하다고 봐요.”

 이병훈(45·사진) 유니베라(옛 남양알로에) 총괄사장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다스리는 사업에 관심이 많다. 알로에를 재배·가공해 파는데 그치지 않고 ‘토탈 웰니스’ 사업을 구상 중이다. 건강기능 식품 뿐만 아니라 식단·운동·정신 건강 등에 관해 종합적인 조언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포부다.

 “몇 년 전 제 스스로 ‘반 건강’ 상태였어요. 비만은 아니지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몸은 늘 무거웠죠. 미국에 있는 한 교육기관에 들어가 무얼 먹고 어떤 건강식품을 복용하고 어떻게 운동하고 어떤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어요. 이후에 식습관과 생활 태도를 바꿔 몸무게를 7㎏이나 줄였어요. ‘건강’ 상태에 가까워진 것 같더라고요.”

 웰니스 프로그램 사업은 40~50대 사망률이 높은 한국에서 꼭 필요하다는 소명의식 같은 걸 느끼기까지 했다. 선친 때부터 이어진 유니베라의 창업 이념 ‘자연의 혜택을 인류에게’ 에도 부합한다고 봤다.

 ◆국내 알로에 산업의 효시=유니베라는 창업주인 고 이연호 회장(1996년 작고)의 병마(病魔) 극복 체험에서 출발했다. 비철금속 사업으로 꽤 돈을 번 이 회장은 45세 때인 1974년 간경변을 앓았다. 병이 위중해 사업을 접고 요양하던 중 알로에가 간에 좋다는 얘기를 듣고 이를 복용한 뒤 건강을 되찾았다. 이후 이 회장은 금속이 아닌 알로에로 사업 방향을 잡았다. 이 회장의 외아들인 이병훈 사장은 “당신이 받은 혜택을 많은 이들에게 나눠 주고 싶어서 알로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1976년 인천 효성동에서 국내 최초로 알로에를 온실에서 재배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10년 간 경기도 화성, 제주도 등지로 재배면적을 넓히면서 알로에를 무상으로 나눠줬다. 위장병을 앓는 청년, 여드름이 고민인 아가씨들이 단골이었다. 국내 최초로 알로에 즙액과 알로에 분말 제품을 85년 12월 출시했다. 90년 대에는 건강식품 붐이 불면서 업체가 난립하고 경쟁이 과열됐다. 92년 600억원이던 매출이 98년 160억까지 떨어졌다. 이 사장은 “연구 개발에 주력해 기본을 다지며 이 시간을 보냈다”고 회고했다.

 ◆글로벌 경영으로 세계 1위=전세계 알로에 원료 시장 규모는 5000만 달러(약 460억원)로 추산된다. 유니베라는 그 중 40%인 2000만 달러(약 184억원) 어치의 알로에 원료를 공급하고 있다. 압도적인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이다. 2위인 미국 기업의 매출은 유니베라의 40% 정도에 불과하다.

 아열대 식물인 알로에를 한국 기업이 장악하게 된 원동력은 뭘까. 일찍이 해외 영농과 글로벌 경영을 시작한 것을 들 수 있다.회사 매출이 불과 20억원이었던 88년 미 텍사스주에 알로에 농장을 마련했다. 원료를 수입해서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판단에서 입지조건이 좋은 곳에서 직접 재배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멕시코 탐피코(89년)와 중국 하이난(2000년)에 농장을 세웠다. 99년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황금·에크네시아·가시오가피 등 천연물을 연구·재배하는 단지를 세웠다. 모두 3460만㎡ 넓이로 여의도 면적의 4.1배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알로에 원료는 30여개국 1000여 기업에 공급된다. 에스티로더·존슨앤존슨·바디샵·누스킨·레브론·3M 등이 유니베라의 원료를 쓰고 있다. 이 사장은 “알로에 성분이 들어있다고 표시된 제품 10개 중 4개에 유니베라 원료가 들어있는 셈”이라고 했다.

 ◆천연물 연구의 명가를 꿈꾼다=유니베라는 해마다 매출의 10%, 약 2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왔다. 이 사장은 “미국은 이미 1940년 대에 알로에 산업화가 시작됐다”며 “미국의 연구 실력을 따라잡으려 노력하다보니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알로에 관련 특허를 보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니베라는 알로에 연구를 하면서 천연물에서 유효한 성분을 효율적으로 추출하는 기술을 갖게 됐다. 이 기술을 토대로 다른 소재 연구로 영역을 넓혔다.

미국과 한국에 세운 생명과학연구소인 유니젠에서는 생화학자 등 연구진 70여 명이 전 세계 약용식물 1만 가지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건강기능식품 신소재 및 신약 개발에 활용한다.

 유니베라는 알로에 생산부터 판매까지 수직계열화한 ‘에코넷 시스템’ 이라는 경영방식을 택했다. 알로에·천연물 재배(알로콥)-소재 연구(유니젠)-건강식품 제조(네이처텍)-판매(유니베라) 조직을 각각 별도 법인으로 만들었다. 생태계처럼 서로 융화하면서 독립성을 지니자는 의미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2900억원 대였던 ‘에코넷 시스템’의 매출을 2011년까지 1조원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니젠의 연구 성과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 및 수익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건강식품 판매도 중국·호주·뉴질랜드·멕시코·일본 ·대만 등지로 넓힐 계획이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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