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화장품 판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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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것들이 때에 따라선 보배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마케팅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화장품 진출 6년만에 업계2위로 뛰어오른 럭키가 그 동안 보여준 소매점판매중심의 유통전략이 좋은 예다. 럭키가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84년 전후는『어느 집에 밥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안다』는 그 유명한 「아모레 아줌마」 「쥬단학 아줌마」들이 판을 치던 시절이었다. 95%이상이 방문판매였고 유능한 방문사원 확보를 위해 각 사마다 스카우트전을 벌였으며 앞다투어 이들에게 높은 마진을 배정했다.
그러나 화장품이 고가화 되면서 월부금의 회수가 제대로 안된 메이커대리점 측은 임의로 물품을 싼값에 바깥으로 내돌리기 시작했고 이 때문에 오늘날의 화장품코너, 할인매장과 유사한 점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제조업체들은 싼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이들 점포가 가격구조를 뒤흔들고 영세성으로 자사제품 이미지를 훼손하는 「암적 존재」라고 판단, 물품유출을 막기 위해 대리점을 감시하는 등 큰 마찰을 빚었다.
그러나 럭키는 아파트보급확대 등으로 방문을 꺼려하는 사회분위기와 쇼핑선호풍조가 이는 것을 재빨리 간파, 일정기간의 손해를 무릅쓰고 시중판매에 승부를 걸었다. 기존회사 대리점으로부터 물품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던 이들 점포들에 정식으로 물량을 공급하고 새로 생겨나는 점포에 대한 간판비용 무료지원, 미용전문사원 파견, 판촉물 확대 등의 지원이 이어졌다. 심지어 점포주를 초빙, 판매·세무지도를 해주는 「드봉 경영대학」까지 운영했다. 80년대 후반부터 타 회사들도 뒤늦게 시중판매로 돌아서기 시작했지만 이미 점포 주들의 입에선 『이왕이면 럭키 것을 사세요』라는 말이 배어버린 지 오래였고 이 와중에서 수십 개에 불과하던 점포수가 1천6백개로 늘어남과 동시에 매출액도 85년 3백50억원에서 지난해 2천4백억원으로 7배정도 늘어났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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