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독자정책 펴는 일 우정상/이석구 동경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일본의 정부청사가 몰려있는 가스 미가세키가 「고이즈미 쇼크」로 떠들썩하다. 지난해 12월 개각때 우정상이 된 고이즈미 준이치로(소천순일랑)의 저돌적인 행동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고이즈미 우정성은 취임하자마자 지금까지 우정상의 방침을 정면으로 뒤집어엎는 발언을 했다. 그는 우정성의 「고령자의 우편저금에 대한 새금우대한도 인상추진」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한걸음 더 나아가 우체국이 취급하는 정액저금제도 등 우편저금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고 발표했다.
고이즈미우정상은 『저축액에 대한 세금우대한도 인상은 가진자만 우대하는 꼴이 된다』며 이에 반대했다.
그는 형평의 원칙에 따라 아예 세금우대조항을 폐지,여기서 거둬지는 세금 4천억엔으로 복지정책을 충실히 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편저금은 관이 관권을 이용,일반은행보다 금리 등 유리한 조건하에서 불공평한 경쟁을 하고 있는 제도』라며 근본적인 제도개혁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고이즈미우정상의 이같은 주장은 우편저금과 경쟁관계에 있는 은행을 이롭게 하는 행위로 우정성 관리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우정성은 은행을 싸고 도는 대장성과 이 문제로 수없이 대립해왔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우정상이 우정성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우정성 관리들이 놀랄 수 밖에 없다.
고이즈미우정상의 행동은 지금까지 일본 장관들의 행동양식과는 크게 다른 상궤를 벗어난 것이었다. 일본의 장관은 취임하면 으레 관리들의 브리핑을 듣고 관리들이 써주는대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정책을 발표해왔다. 정치가인 장관 자신이 독자적으로 정책을 발표한다는 것은 관례에 없는 일이다.
우정성 관리들은 고이즈미 우정상의 이같은 행동을 보고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총리의 인사가 과연 적재적소인사인가』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고이즈미우정상은 자민당의 재정금융통으로 금융기관편에 서있는 소위 금융족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