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고관들 즐겨 마신 궁중 술|삼해·향온 주 민속주 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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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구중궁궐에서 임금님이 마시던 술이 서울시민속주로 지정돼 그 맛이 되살아난다.
서울시는 13일 다음주중으로 왕족들과 고관 대작들이 애용하던 삼해주와 향온주를 민속주로 지정, 89년8월 민속주로 지정된 송절주와 함께 옛 맛을 보전키로 했다.
삼해주는 쌀로 빚어 세 번 덧 술을 치는 최고급 청주로 약주는 20도·소주는40도의 알코올 성분을 갖고 있다. 12지 중 돼지(해)날을 골라 담는 술이어서 삼해 주라는 이름이 붙었다.
청아한 빛깔을 띠고 향기와 맛이 독특해 궁중연회에서 임금과 대신들이 즐겨 마셨다는 삼해 주는 조선시대 후 기권 문세 도가였던 안동 김씨 집안의 여인들을 통해 제조기법이 이어져 내려왔다.
조선시대 초기부터 궁중에서 제조돼 온 향온 주는 알콜 농도가 40도 여서 독한 편이나 혀끝을 톡 쏘는 감칠맛으로 고관들이 즐겨 마셔 온 전통 주.
녹두와 보리·메밀 등을 섞어 찧어 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뒤 빚어내는데 초록색이 도는 은은한 빛깔이 일품이다. 이 술의 제조비법은 장희빈에게 쫓겨난 조선조 숙종의 왕비 인현왕후의 친정인 하동 정씨 가문을 통해 전승돼 내려오다 이번에 민속주로 지정된 것.
서울시는 옛 술맛을 되살리기 위해 서울에 사는 안동 김씨·하동 정씨 가문의 제조기법 전수 자 2∼3명을 선정, 술 제조 및 시판을 허용할 계획이다. <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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