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끝)밝은 내일 연「2세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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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매년 5월 자녀를 둔 코메리칸 들은 때 이른 설렘으로 한동안을 지내곤 한다. 졸업은 대개 6월에 실시되지만『누구네 집 딸은 어느 학교를 수석 졸업하게 돼 졸업생 대표연설을 할 예정』이라든가『누구네 집 아들은 무슨 장학금으로 하버드대에 입학이 결정됐다』는 등의 소문이 일찌감치 나돌면서 축하와 선망이 뒤섞인 시선이 교차되는 것이다.
속사정이야 어떻든 코메리칸 들이 내세우는 보편적인 이민의 변이「자녀교육」이고 보면 이 같은 현상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점은 코메리칸 들은 미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가.
다음 몇 가지 사실로 해답에 갈음할 수 있을 것 같다.
미 대학위원회 주관으로 92년도 미국 내 최우수 고교졸업생 14명을 뽑는 AP장학생에 한인 2명이 당당히 뽑혔다.
명실공히 미국전역에서 가장「똑똑한 학생 14명」에든 자랑스런 젊은이는 마이클 조 군(17)과 로널드 김 군(18). 로스앤젤레스 인근 글렌데일에서 자란 조 군은 국교 1학년 때와 8학년(중2년)때 월반, 지난해 16세의 어린 나이로 MIT공대에 진학해 유전공학 또는 의학전공을 목표로 학업에 정진하고 있다.

<9명 대통령 장학 상>
뉴저지주 이스트 브룬스위크 고교 출신인 김 군은 프린스턴 대 전액 장학생으로 고교 재학 시 전국 고교생 10종 학력경시대회에서 뉴저지주 팀장으로 활약한바 있다. 앞으로 물리학이나 천체물리학을 공부할 계획이라고 한다.
AP(Advanced Placement)란 고교생들이 대학수준의 학과목을 고교에서 강의 받고 AP시험을 치러 3점(5점 만점)이상을 따면 대학학점으로 인정받는 제도. 조 군과 김 군은 다른 12명과 함께 고교시절 AP시험 14과목에서 5점 만점에 평균4 7점을 얻어 영광을 차지했으며 아울러 대학3학년 이수자격을 획득, 조만간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게 됐다.
고교졸업생 최고영예 중 하나인 대통령 장학생 상에도 한인 학생들의 수상실적은 우수하다. 지난해 전국 총 2백50만 명의 고교졸업반 학생 중 각주 대표남녀 1명씩과 예능계 우수 생을 포함, 모두 1백41명을 뽑은 이 상에 일리노이주 뉴트라이어 고교출신 안나래 양 등 한인학생 9명이 뽑혀 6월13일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당시대통령으로부터 상을 받았다.
안양 외에 자랑스런 대통령상수상자는 ▲앨리샤 한(여·뉴멕시코 주 로스알라모스 고교) ▲리사 김(여·미네소타주 사우스웨스트 고교) ▲브라이언 고(하와이주 푸나호 고교) ▲수전 이(로드아일랜드 주 크랜스턴 고교) ▲샌드라 백(뉴욕주 스타이브샌트 고교) ▲서경원(동) ▲수전 서(뉴저지주 로런스 고교) ▲프랭크 윤(델라웨어주 존딕슨 고교) 등이다.
이중 서경원군은 고교생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간 뉴욕 시 교육 국 자문위원에 위촉돼 뉴욕 시 교육행정입안에 관여한바 있다. 대통령상 못 지 않은 내셔널 메릿 장학생에도 한인 학생들의 진출은 두드러 진다.
미국 최대 장학재단 인 내셔널 메릿 장학재단이 지난해 선발한 6천8백50명의 장학생 중 한인이 1백30여명을 차지했으며, 특히 연간 2천 달러씩을 4년간 수혜 할 특대장학생 2천명 중 한인학생은 캐티 안양 등 50명이나 됐다.
특히 대통령장학생 수상자인 안나래 양은 내셔널 메릿 장학생으로도 선발돼 2관 왕이 됐는데 하버드대에 진학, 법률전공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 지 선정의 92 올스타 1위 팀에 뽑힌 ▲수전이 양(버지니아주 토머스제퍼슨 고교) ▲애나 김양(캘리포니아주 알함브라 고교) ▲피터이군(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노스오거스타 고교)도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수재들로 각각 2천5백 달러의 장학금을 받았다.
어느새 믿음직스럽게 자란 자녀를 졸업식장에서 보는 것은 부모들의 커다란 낙의 하나다.
만약 자녀가 졸업생을 대표해 높은 연단에 올라가 대표연설을 하거나 학생회 간부 상· 봉사상 등을 받게 된다면 부모의 기쁨은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지난해 6월말 남 캘리포니아 지역의 각 고교에서 진행된 졸업식에서 바로 이 같은 광경을 쉽게 목도 할 수 있었다. 무려16개 고교에서 남녀한인 학생들이 수석졸업생으로 대표연설을 했으며, 특히 4개교에서는 한인이 공동수석을 차지해 사이 좋게 대표연설을 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각종 콩 쿨 휩쓸어>
▲김지영·한경희 양(할리우드 고교) ▲임혜경 양·김정훈 군(그랜트 고교) ▲김창원·마이클 곽 군(위런 고교) ▲김유리·캐서린 장 양(밴나이스 고교)이 그들이다.
이밖에 한인들의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힘찬 포부를 밝힌 박지웅 군(세리토스위크니 고교)을 비롯해 ▲김형섭 군(마셜 고교) ▲오태영 군(리시다 고교) ▲캐티 안양(채스워스 고교) ▲피터 최 군(패사디나 고교) ▲정진희 양(밸리 고교) ▲제니 서양(나본 고교) ▲황수산 군(템플시티 고교) ▲염지안 군(트로이 고교) ▲스티븐 오군(파운틴밸리 고교) ▲앨릭스 최 군(대니얼머피 카톨릭 고교) ▲김민균 군(에스콘디도 고교)등 이 영예의 수석졸업생으로 그 밖의 우수졸업생은 일일이 거명 하기조차 번거롭다.
프린스턴 대에 재학중인 윤영나 양(21)이 로즈 장학생(Rhodes Sholar)에 선발된 쾌거는 지난해 말에 생긴 경사. 전세계 17개국에서 79명을 뽑는 로즈 장학생에 뽑힌 윤 양은 영국 옥스퍼드대로 유학가게 된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도 이 장학생 출신이고 그의 참모진중에도 여럿이 있다.
한인들의 알뜰한 자식농사는 한 가족이 각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는 멋진 정경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일대 교수를 지낸 전혜성 박사(여)는 대표적인「자식농사」의 성공케이스.
그 자신 학문에 정진해 온 전 박사는 정치학자 고고 광림 박사(89년 타계)와의 사이에 ▲장녀 경신(중앙대 교수·하버드대와 MIT공대화학과 출신) ▲장남 경주(보스턴의대 교수·예일 의대졸업) ▲차남 동주(매사추세츠의대 교수·하버드의대 출신) ▲3남 홍주·차녀 경은(모두 예일대 법대교수·하버드대법대 졸업)등 3남2녀를 그 분야의 인재로 키운 데 이어 막 내 정주씨 까지 예일대 미대 부학장으로 키워 낸 것이다.
지난해 5월 캘리포니아 주립 버클리대를 동시에 졸업한·최윤영 양(25), 윤선 양(22), 진석 군(20)남매도 흔치 않은 수재 트리오. 이들 남매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화장품회사를 경영하는 최창원씨의 자녀들로 윤영 양은 법대대학원을, 윤선 양과 막내 진석 군은 함께 문리대를 졸업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학업분야에서의 정진 못지 않게 예술분야에서도 젊은이들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피아니스트 하승은 양(25)은 대표적 젊은 예술가.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하양은 75년도 미 한 후 89년1월 줄리어드 콩쿠르에서 1위에 입상하는 등 발군의 실력을 보였으며 90년 줄리어드 대학원을 졸업, 대가의 길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히 전진하고 있다.
김미경 양(20)은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로의 도약을 눈앞에 둔 예술학도.
중학교시절부터 미국 내 각종콩쿠르에서 상을 휩쓸면서 음악특기 생으로 성장한 김 양은 91년 예술부문의 대통령장학생으로 뽑혀 케네디 센터에서 기념연주회를 개최한 바 있다.

<범죄가담 가장 우려>
지난해 11월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볼드원 주니어피아노 경연대회에서 1위에 입상한 이진아양(14)은 무럭무럭 자라나는 음악 꿈나무 대표주자.
이밖에도 무수한 예술 꿈나무들이 미 전역에서 내일의 예술가를 꿈꾸며 장르별로 꾸준한 연마와 정진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각 분야 한인 2세들의 뛰어남이 돋보이는 저편에는 부모의 애절한 기원과 달리 엇나간 삶을 살아가는 한인 젊은이들이 사실 더 많다는 엄연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마약·총기·프리섹스·갱 범죄 등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은 먹고사는데 급급한 부모들에게는 통제가 힘든 능력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미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 서니힐스 고교생들의 동료학생살해 암매장사건에 이 학교에 재학중인 한인 우등생3명이 공범으로 가담한 사실은 미국에서도 가정적으로나 학업 면에서 양호한 모범생들의 범죄가 일반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러나 이 같은 갖가지 악조건 아래에서도 한인 젊은이들의 끈질긴 정진은 타민족들에 위협과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들 젊은 코메리칸들이 미국 주류사회의 곳곳에 진출해 그들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게 되는 날, 세계 속에 한국의 위상 또한 지금보다 훨씬 굳건하고 강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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