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 ~ 9월 국내담당 팀장이 지휘 "국정원, 이명박 X파일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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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재오(사진) 최고위원은 8일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경선후보의 'X파일'을 만들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캠프에서 좌장 역할을 하는 이 최고위원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2005년 3월부터 7개월간 국내 담당 책임자 P씨의 지휘 하에 국정원은 이 후보 관련 파일을 만들었다. 이 시기는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비리는 없었는지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후보 주변을 검찰이 수사했던 때다.

국정원 내 대구 출신 K씨가 직원 3~4명을 데리고 검찰 수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만든 파일은 3부가 만들어져 당시 '실세' 세 명에게 전달됐다. 이 시기에 (국정원 소속으로) 서울시를 담당하던 K씨가 '이명박의 비리를 캐내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못해 경질당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이런 모든 의혹에 대해 김만복 국정원장이 답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정보기관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게 유감스럽다"며 "이 최고위원은 진실규명에 필요하다면 검찰에(국정원을)고발하라"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박근혜 후보에 대한 자료가 국정원이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두환 정권 때 록히드마틴사(미국 항공기 제작사)와의 전투기 수입 관계로 정보기관이 가수 Y씨, 모 기업 대표 S씨 등을 조사했다"며 "이 중 S씨가 진술한 내용 중 야당 유력 후보와 관련된 내용을 국정원이 유출한 게 아니냐"고 따졌다.

이 최고위원이 언급한 '모 기업 대표 S씨'는 1980년대 박 후보와 친분이 있던 K사 S회장을 가리킨다는 얘기가 캠프에서 나온다. S회장은 박 후보와 함께 영남대 이사를 지냈으며, 82년 박 후보의 서울 성북동 집을 지어줬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내에선 "이 최고위원이 국정원을 압박하는 척하면서 박 후보를 애둘러 공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박 후보 캠프는 발끈했다. 캠프 김재원 대변인은 "박 후보와 별 관련도 없는 S회장 관련 조사 내용을 가지고 이 최고위원이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며 "정정당당하지 못한 네거티브"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 캠프의 장광근 대변인은 "정권 차원의 야당 후보 죽이기가 진행 중임을 설명하려던 게 이 최고위원의 의도"라며 "이걸 가지고 네거티브라고 비판하면 최근 이해찬 전 국무총리에게 박 후보 관련 괴문서가 올랐던 걸 비판하는 것도 네거티브냐"고 받아쳤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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