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활발한 참여 예술계 인사|한국영화 고품질화에 "성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영화는 움직이는 그림과 소리(대사·효과음·음악)를 매개로 관객에게 의미를 전달한다. 영화를 종합예술이라 일컬음은 이 같은 문학·미술·음악·사진 등의 요소가 유기적으로, 그것도 고도의 전문성을 갖춰 결합된 것임을 뜻한다.
그러나 한국영화는 연출·시나리오·연기 등에 치중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미술·음악 등엔 투자를 소홀히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에 적지 않게 흠을 내왔는데, 최근 순수예술계 및 전문상업미술계 인사들이 활발하게 영화작업에 참여해 한국영화의 고품질화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서양화가 임옥상씨(46), 그래픽 디자이너 안상수씨(41·홍익대 교수), 컴퓨터그래픽 전문가 김철웅씨(32), 사진작가 구본창씨(41), 그리고 작곡가 김정길(59·서울대 교수)·이종구(47·한양대 교수)씨 등이다.
또 중견 서양화가 이두식씨(46·홍익대 교수)도『가을비 우산 속』『들개』등 영화에 아트 디렉터로 참여, 『들개』로 81년 백상영화상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영화에서 미술담당은 통상 세트를 짓는 것이 주임무인데 아트디렉터는 영화 주제에 걸맞은 색조 창출, 각 장면의 색조 및 화면 구도, 인물·배경·소품간의 색상 조화 등 미술과 관련된 전반에 대해 관여한다.
지난해 10여 년간 재직한 전주대를 그만두고 경기도 고양시에 화실을 차린 임씨는 장선우 감독이 촬영을 거의 마쳐 가는『화엄경』에 참여중이다.
최근 민족미술협의회 대표에 선출된 임씨는『장 감독의 관심사가 민족영화 쪽인데다「화엄경」의 주제가 고난 또는 고뇌로부터의 해방이기 때문에 같이 일하게 됐다』며『화가의 입장에서도 이 같은 동참은 현대의 지배매체인 영화·사진 등의 언어를 폭넓게 분석·수용하는 예술적 교류의 의미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임씨는『화엄경』에서 구원을 찾아 떠도는 주인공의 궤적에 맞춰 전체 분위기는 신비롭게, 그 속의 인물은 분명히 보이도록 미술적 조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 안씨는 얼마 전 히트한 영화『그대 안의 블루』에서 실력을 과시했다.
안씨는 여피 족 남자의 냉철한 개인주의를 청색으로, 여인의 흔들리는 마음을 황색으로 보색 대비시키면서 영화의 주제인 여인의 홀로 서기에 맞춰 마무리 색조를 다시 청색으로 묘사하는 등 노련하게 아트 디렉터의 역을 다했다.
안씨는 소품 등속의 선택에서도 색깔과 디자인의 묘미를 보여줬는데, 그와 마찬가지로 컴퓨터 그래픽 쪽의 김씨는 대 히트 작『결혼 이야기』에서 색조의 필요성을 선보였다.
한편 사진작가 구씨는 영화의 홍 보물인 포스터사진·스틸사진을 맡아 인상적인 앵글로 관객의 흥미를 유발시키고 있다.
영화음악 쪽에서 활동하는 김 교수는『아제아제 바라아제』『길소뜸』『바보선언』『명자  끼꼬 쏘냐』등 오래 전부터 영화음악을 작곡해 왔다.
김 교수는『순수음악과 대중음악의 벽을 허물 때 제3의 음악, 특히 우리 민족의 정서를 표현하고 고양시키는 우리의 음악이 대중화된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 역시 민족정서를 담아 낼 수 있는 우리 가락 작곡에 전념하고 있다.
요즘 참여 작은『화엄경』이며『어미』『성공시대』『오세암』『안개기둥』『우묵 배미의 사랑』등을 작곡, 대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존 영하 계의 미술·음악 전문가들도 미비한 여건 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바 이들의 가세는 한국영화의 앞날을 밝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이헌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