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대선 한복판으로 뛰어든 검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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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02면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났습니다. 검찰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관련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것입니다. 검찰은 6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재산 은닉 관련 3건을 서울지검 특수부에 배당했다”고 밝혔습니다. 7일 추가로 취재를 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와 관련된 의혹도 특수부가 맡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검찰이 첨예
한 대선 정국의 가운데로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1면 톱 기사로 다루었습니다.

검찰이 고소·고발된 사건을 수사하겠다는데 어느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습니까. 원칙을 따지자면 당연히 할 일을 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두 가지. 첫째는 사안의 정치적 민감성입니다. 검찰 수사에 따라 대권의 향방이 갈릴 수 있는 매우 복잡한 정치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둘째는 그간의 관행.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검찰이 이처럼 본격적으로 나선 적이 별로 없었다는 점입니다.

굳이 비슷한 전례를 꼽자면 두 경우가 있습니다. 19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측에서 “DJ 후보가 가·차명 예금계좌 365개로 670억원의 비자금을 관리해 왔다”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물론 고발도 했지요. 그러나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은 “국가 전체에 대혼란이 올 것이 분명해 보이고, 수사 기술상 대선 전에 수사를 완결하기도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수사를 대선 이후로 미뤘습니다. 그러자 이회창 후보가 당시 같은 당 명예총재인 김영삼 대통령이 수사를 유보했다는 판단에서 탈당을 요구하기도 했죠. 물론 DJ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수사는 없던 일이 됐습니다.

또 다른 예는 지난 대선이 있었던 2002년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 사건입니다. 흔히 김대업 사건이라 불리죠. 사실 여부를 둘러싸고 맞고소가 들어오자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이 8월. 최종 수사 결과는 대선이 끝난 2003년 1월에 나왔습니다. ‘병역 비리는 사실무근’이었고 김대업씨가 구속됐습니다. 이회창 후보는 이미 대선에 패배한 다음입니다. 어쩌면 이회창 후보는 두 차례 대선을 검찰 때문에 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전례를 곰곰이 되돌아보면 이번 검찰의 수사가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검찰의 수사가 시작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잘못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이회창 후보의 짐작처럼 ‘정치적 음모’로 추정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잘못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은 지적할 수 있습니다. 전례와 마찬가지로 이번 수사 역시 정치적 사건이고, 대선과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말은 ‘검찰이 공정하고 철저하고 신속하게 자~알 수사해주길 바란다’는 모범 답안 정도일 것입니다. 중앙SUNDAY는 앞으로 검찰의 수사 과정을 밀착 취재해 독자들께 정확히 알림으로써 이번 대통령 선거가 공정하게 끝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미국의 대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자는 차원에서 Focus 2개 면으로 다뤘습니다. 미국 대선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프레드 톰슨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주목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히는 든든한 배경, ‘기독교 보수주의’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미국의 힘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전쟁에서 죽을 쑤고 있는 와중에 중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미국을 따라잡을 기세이고, 러시아가 석유·가스 판 돈으로 기력을 회복하고….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미국의 유일 절대 파워 지위가 흔들린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하죠.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입장에서 이라크 전쟁은 베트남 전쟁에 비하자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중국이 급성장 중이지만 미국을 따라잡기엔 요원하죠. 러시아의 자원도 점점 고갈돼 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 세계 인구의 4.6%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GDP의 27.5%를 차지하며, 미국의 군사비는 나머지 전 세계 국가들의 군사비를 합친 만큼이나 됩니다.

좋든 싫든 미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우리에게 중요합니다. 미국을 이해하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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