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人 6色 수석대표는 스타 외교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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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08면

외교장관만큼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 6자회담 수석대표다. 2003년 6자회담 태동 이래 각국 대표들은 스타 외교관이 됐다. 보도진들은 그들의 한마디를 들으려고 공항이나 숙소에서 장사진을 치기 일쑤다. 회담 출범 4년이 되면서 수석대표도 2~3기째를 맞고 있다.

한국 대표는 이수혁 차관보(현 국정원 1차장)→송민순 차관보(현 외교부 장관)→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차관급)으로 바뀌었다. 이 차장은 1997~99년 4자(남·북, 미·중)회담 때 교분을 쌓은 북한 수석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깊숙한 대화를 나눴다. 시를 좋아하는 그는 2차회담에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로 시작하는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읊었다. 송 장관은 북핵 폐기 원칙을 담은 2005년의 9ㆍ19 공동성명을 끌어낸 주역. 상황을 치고 나가는 터프 니고시에이터(tough negotiator)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와 각별한 사이다. 같은 시기에 폴란드 대사를 지냈다. 천 본부장은 다자ㆍ군축 전문가. 북한 비핵화의 행동조치를 담은 2ㆍ13합의의 산파역이다. 경상도 사투리가 거침없지만, 세련된 영어로 정평 나 있다.

북한 대표는 2차 회담부터 김계관 부상. 1차 회담 때는 김영일 외무성 부상(아시아 담당)이 맡았다. 김계관은 93~94년 1차 핵위기 때부터 ‘핵 상무조(특별팀)’로 활동해온 미국통.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 페이스다. 세련된 매너가 몸에 뱄고, 프랑스어에도 능통하다.

미국 대표는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제임스 켈리에서 힐로 교체됐다. 켈리는 해군 대령 출신. 북핵 2차 위기는 2002년 그가 방북해 고농축우라늄 핵계획(HEUP)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재임 시에는 운신의 폭이 좁았다. 행정부 내 비확산파ㆍ네오콘의 견제 때문이다. 북한과 협상다운 협상을 못하고 본국의 훈령을 집행하는 ‘대독(代讀) 차관보’에 그쳤다는 평. 반면 4차회담 때 데뷔한 힐은 협상의 귀재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라이스 국무장관의 두터운 신임은 그의 버팀목. 유연하면서도 끈질긴 스타일이다.

중국은 왕이와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 둘 다 일본통이다. 1~3차 대표였던 왕이는 현재 주일대사. 우다웨이는 주한·주일 대사를 거쳤다. 준수한 용모의 왕이는 열정과 논리력으로 회담 주최국 중국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다.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다웨이는 때로 감정이 격해지는 다혈질이다. 고사성어나 동물 우화를 곧잘 인용한다. 조정자역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다.

러시아는 1~2차 대표였던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차관이 주일대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해 말이다. 그 사이에는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현 유럽평의회 대사가 맡았다. 로슈코프는 2차 북핵위기 이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최초로 만난 외국 인사.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일본 대표는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야부나카 미토지에서 사사에 겐이치로로 교체됐다. 야부나카는 통상, 사사에는 한반도 전문가다. 사사에는 유력한 사무차관 후보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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