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엄청난 상금이다. 누적제로 상금 규모를 키우는 것은 기본이다. 고난도 지식보다는 알쏭달쏭 문제나 심리전이 중요하다. ‘찬스’ 같은 구제 장치도 많아 ‘나도 해볼 만하다’는 도전의식을 자극한다. 상금 규모가 천문학적이니 우승자는 일약 행운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KBS의 새 퀴즈쇼 ‘1대100’은 최근 5000만원 우승자를 냈다. 1명의 도전자가 100명의 출연자와 퀴즈 대결을 벌여 모두 물리치면 5000만원을 따는 서바이벌 형식이다. 이미 출연 신청이 수백 대 1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정통 퀴즈쇼에 가장 근접한 KBS ‘퀴즈 대한민국’도 퀴즈영웅이 되면 6000만원에 도전할 수 있다. 아예 문제 자체가 500만원, 1000만원, 2000만원짜리로 분류돼 있다.
상금이 많기로는 케이블 채널 tvN의 ‘신동엽의 예스 오어 노’만 한 게 없다. 최대 1억원이 걸려 있다. 6명과 퀴즈 대결을 벌여 이긴 최후의 도전자가 최소 10원에서 최대 1억원이 든 26개 돈가방 중 마지막 하나를 고르는 방식이다. 그간 평범한 30대 도전자 2명이 각각 1억원을 따내 화제가 됐다. ‘퀴즈 없는 퀴즈쇼’로 유명한 미국 NBC의 ‘ 딜 오어 노 딜(Deal or No Deal)’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는 프로다.
최근 퀴즈쇼들은 이처럼 퀴즈와 돈의 만남이 두드러진다. 명문고·명문대생 등 고학력 엘리트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전문지식’의 폐쇄회로를 해체하긴 했지만, 대신 초점이 돈으로 급격히 이동한 것이다. 무엇을 맞추었는가보다 얼마를 땄는가가 훨씬 중요해진 것이다.
물론 퀴즈쇼의 머니게임화는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리얼리티쇼와 함께 전 세계 TV를 제패한 해외 퀴즈쇼들은 수백만 달러를 상금으로 내걸며 매회 실제 백만장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지적 경연이라는 외양 아래 퀴즈쇼들은 어느새 이 시대가 좇는 대박의 꿈을 담고 있는 것이다. ‘쩐의 전쟁’은 드라마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