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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술관 리움 현대사진전 ‘플래시 큐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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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사진<上>은 칸디다 회퍼의 1992년작 ‘상트 페테르부르크 로모노소프 박물관’ (칼라프린트), <下>는 미크 반 드 부르트의 2007년작 ‘무제’(칼라프린트).

사진이 예술의 한 형태로 인정받은 것은 1930년대 말이다. 이때부터 회화는 원근법적 재현이라는 역할을 사진에 넘기고 평면과 색채, 선같은 2차원적 특성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진 예술 역시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것들의 단순한 미학적 기록’을 벗어난 지 오래다. 현대 사진의 대표적인 모색방향 중 하나가 공간적 환경과 건축적 배열에 대한 탐구다.

5일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2000년대 현대 유럽사진계의 주요한 경향과 작가들을 보여주는 전시가 개막됐다. ‘국제현대사진전-플래시 큐브(Flash Cube)’다.

큐레이터는 네덜란드의 미학자인 행크 슬라거(유트레히트미술대학원장). 그는 3일 기자회견에서 “현대사진가들은 사진이라는 장르를 회화와 차별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고 전제하고 “이 중에서 사진의 독자적 탐구대상으로서 ‘공간’이라는 주제를 천착한 작가와 작품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은 ▶유동적인 내부공간▶열린 도시공간▶설치적 공간의 3가지 소주제로 나뉘어 배치됐다.

‘내부공간’ 탐구에선 칸디다 회퍼(63·독일)의 작품이 눈에 띈다. 2003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대표작가인 그녀는 공적 공간의 내부를 역동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해왔다. ‘로테르담 해양박물관’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고 건축적 공간의 특징만이 기능적으로 강조된 작품이다.

토마스 데만트(43·독일)의 이미지는 사실이 아니라 종이로 만든 정교한 모형을 촬영한 것이다. 히로시 스기모토(59·일본)의 ‘극장 연작’은 영화 상영시간 내내 조리개를 열어 공간과 시간의 흐름을 사진에 축적한다. 이윤진(35·한국)은 일상의 공간에 사물을 정교하게 배치한 뒤 촬영하는 ‘정물 연작’을 내놨다.

‘열린 도시공간’ 탐구에선 2001년 뉴욕 MoMA에서 개인전을 했던 안드레아스 구르스키(52·독일)가 주목할 만하다. 대표작인 ‘파리 몽파르나스’는 대형 건물을 원근법을 배제한 기법으로 찍었다. 주변 환경과 분리된 사진의 도상적 특성을 추구한 작품이다.

토마스 루프(49·독일)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건물을 찍은 사진, 영화 세트장을 연상시키는 요나스 달버그(37·스웨덴)의 작품, 2006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 최종후보까지 갔던 김상길(33)의 건물 사진도 비교해보면 좋다.

‘설치적 공간’은 기존의 공간을 낯설게 만들거나 새로 설치한 공간을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얀 카일라(50·핀란드)는 사건 사고 기록을 담은 책들을 바닥에 깔고 책 속의 사진들을 벽에 붙였다. 지난달 바젤 아트페어에서 젊은 작가상을 받은 양혜규(36)는 신축건물 분양광고들을 통해 “홈리스들의 갈망과 욕망을 표현했다”는 슬라이드를 내놓았다.

‘핑크&블루’시리즈로도 알려진 윤정미(38)는 뉴욕국립도서관의 사서가 한국 사진을 남북한 구별없이 모아놓은 장면을 사진으로 찍고 뮤직비디오로도 만들었다.

전시는 9월30일까지. 일반 7000원, 초중고생 4000원. 기획전과 상설전과 함께 보는 데이패스는 1만3000원. 02-2014-6901.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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