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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주민들 "두 번 졌지만 국민 단합 얻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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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5일 오전(한국시간) 2014 겨울올림픽 개최지를 발표한 레알 인터콘티넨털 호텔 옆에서 평창 서포터스들이 과테말라 현지인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연호하고 있다.[과테말라시티=연합뉴스]


"아쉽지만 모두를 잃은 것은 아닙니다.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반도 다졌습니다."

2014 겨울올림픽 개최지가 러시아 소치로 결정 난 5일. 평창군 주민들은 "허탈하지만 국민이 단합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동사모 (동계올림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평창군지부 최태두(44) 지부장은 "두 번이나 실패했지만 평창군민과 강원도민은 물론이고 온 국민이 하나되는 경험을 했다"며 "국민이 힘을 다시 뭉치면 4년 후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날 평창군 홈페이지에는 전국 각지에서 평창군민을 위로하고 재도전하라는 격려의 글이 많이 올라왔다.

거리응원전 자원봉사자 김백경(52)씨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다시 도전하자"고 말했다. 지난 겨울체전에서 4관왕을 차지했던 스키 꿈나무 박제언(평창 도암중 2)군은 "평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었는데 아쉽다. 더 열심히 노력해 소치에서 금메달을 따도록 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가 무산되자 경제계도 허탈감에 휩싸였다. 겨울올림픽 유치가 내수 진작과 국가 브랜드 제고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기업들은 5일 아침 과테말라에서 날아온 소식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그룹 총수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으로 평창 유치를 위해 세계를 누볐던 삼성과 두산은 침통한 분위기였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평창 유치를 위해 지난해와 올해 130번 해외 출장을 갔다. 올 3월에는 '1박 5일' 일정으로 호주.말레이시아 등지를 돌기도 했다.

이날 평창 유치가 결정되면 싣기 위해 축하 광고까지 미리 만들어 놓았던 삼성은 유치 실패로 부랴부랴 광고 집행을 취소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단체도 유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평창 동계 올림픽은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킬 계기가 될 것'이라는 환영 성명을 준비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강원도에 연고가 있거나 사업장을 둔 기업들의 아쉬움도 크다. 강원도에 시멘트 공장을 갖고 있는 동양그룹은 평창 유치가 결정되면 강원도 내에 갖고 있던 부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 리조트 단지 개발에 나선다는 내부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탄력이 떨어지게 됐다. 신세계.롯데.삼성테스코 등 유통업체들도 유치 결정이 나면 스포츠용품 할인전 등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계획을 접었다.

평창= 이찬호 기자, 이현상 기자 lee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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