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핫이슈] '역시 가재는 게 편' 국회는 독불장군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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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국회를 해산하라.”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각종 비리에 연루된 여야 국회의원 7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모두 부결됐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당적과 상관없이 ‘단합된 힘’을 보여준 국회 덕분(?)에 네티즌들도 특정 정당에 대한 평소의 지지성향을 떠나 “역시 가재는 게 편”이라며 “국회가 국민의 주적이 됐다”고 목소리를 냈다.

"내년 총선에서 이 구닥다리 국회의원들을 모두 털어내자"는 의견은 물론, "국회 해산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제안도 많았다. 흥분한 네티즌 중엔 "국회의사당에 지진이라도 났으면 좋겠다" "국회에 폭탄이라도 터뜨리고 싶다"는 이들도 있었다.

아이디가 'frontier10'인 네티즌은 "7명의 비리 의원의 심정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너희(의원들) 중에 죄없는 사람이 나를(비리의원) 돌로 쳐라', 이것이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요, 근묵자흑(近墨自黑)이라고 했는데 끼리끼리 모이고 모두 검게 물들고 있다"면서 "촛불시위를 해서라도 국회법을 고치고 정치개혁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ojy401'이란 네티즌도 "바로 이런 후안무치한 국회의원들 때문에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의 암세포'인 이들을 빨리 도려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국회의원들을 깡패나 조폭에 비유하는 글도 많았다. 'kis1222'이란 네티즌은 '유력무죄 무력유죄(有力無罪 無力有罪)'라면서 "한 명의 국회의원이 늘어갈수록 한 명의 도둑놈과 한 명의 깡패가 늘어나고, 국민의 혈세가 낭비된다"고 한탄했다. "꼴난 의리로 먹고사는 조폭 단체답다. 그렇게 물어뜯고 싸우던 ×들이 체포동의안 부결 후 당파를 안 가리고 악수하더라. 자기들 이익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똘똘 뭉치는 조폭들, 존경스럽다"고 비꼬는 글도 있었다.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성향에 따라 질타하는 내용과 방향도 약간 달랐다. "평소에 썩었다는 다른 당은 그랬다 치고 깨끗한 척하는 열린우리당은 어떻게 된 건가? 그러고도 개혁을 입에 담느냐?" "궁지에 몰린 노무현을 한나라당이 구해주는구나. 이래서야 노무현에 대한 한나라당의 비판이 국민에게 씨알이나 먹히겠는가"라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조폭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국회의원이다. 한나라당을 좋아하는 사람, 열린우리당을 좋아하는 사람, 민주당을 좋아하는 사람 식으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게 국회의원들이다. 지금은 모두가 하나가 돼서 국회의원을 정신차리게 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삼권분립이 엄연히 존재해 검찰의 역할이 있고 국회의 역할이 있는데 국회만 왜 독불장군인지 모르겠다"며 "그러한 국회가 대통령을 인정하고 국민을 두려워하겠는가"(qkrwlsdn)라는 비난도 나왔다.

이에 따라 "몰지각한 국회의원을 몰아내기 위한 전 국민 서명운동을 벌이자"는 제안이 잇따랐으며 "국회의원을 수입하자.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듯이 올바른 생각 및 소신과 능력을 가진 외국의 전문 국회의원을 히딩크처럼 데리고 와서 진정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펼치도록 하자. 총선은 지역구 40%만 뽑고 전국구를 외국인으로 대체하자"(ksbkr)는 의견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해 12월 31일 성명을 내고 "국회의원에 대한 불체포 특권을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한국 실정에서 꼭 필요한 것 같다"(ek_hong)는 등의 지지 의견이 잇따랐다.

그러나 아이디가 'gaorun'인 네티즌은 "오래간만에 변협이 좋은 의견을 내기는 했는데 저게 될 거라고 보나? '입법'을 하는 국회의원들은 당쟁으로 싸울 때도 '국회의원 급료 인상' 법안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자들이다. 그런 인간들이 스스로의 권력을 제한하는 법안에 찬성하리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순진한건 아닌지"라고 우려했다.

김정수.김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