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 교통 왜 순조로웠나(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사상 최악의 교통체증이 우려되었던 이번 설연휴의 귀성·귀경길이 의아스러울 정도로 순조로웠다. 차량이용이 줄어들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도로공사의 집계에 따르면 이번 21,22,23일 사흘동안 서울을 빠져나간 차량은 45만5천대로 지난해 설연휴 사흘간보다 무려 58%가 많았다. 그런데도 소통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순조로웠던 것이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관계당국과 전문가들로부터 여러가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첫째는 공사중인 경부고속도로가 6차선 혹은 8차선으로 임시개통된 것이 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그동안의 경험과 방송국들의 특별방송에 의한 정보로 고속도로 이용시간대가 새벽∼한 밤중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분산되었다는 것이다. 셋째는 21일부터 23일까지 지방에서 서울로 들어온 차량이 빠져나간 차량의 70% 수준이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고향의 부모를 서울로 모셔오는 가정도 늘었다는 것이다. 넷째는 고장차량이 지난해의 25% 수준으로 줄었고 갓길 운전도 적어져 그만큼 소통이 원활했다는 것이다.
이중 어느 요인이 가장 큰 기여를 했는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어느 한가지가 결정적 기여를 했다기 보다는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수도 있다. 어찌됐든 이번의 순조로운 소통을 통해 우리들이 깨달을 수 있는 것은 명절때의 「교통지옥」이 불가피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겪었던 서울서 부산까지의 주행시간이 20시간이 넘었던 것과 같은 교통체증은 피할수도 있었던 「인재」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당국은 이번의 원활한 교통소통의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해야한다. 막연한 진단이 아니라 어느 요인이 얼마만큼 소통에 기여했는지 계량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명절이나 연휴때의 교통문제가 이번으로 끝날 일이 아닌 이상 이번의 좋은 결과를 역추적해 원인을 정확히 추출해냄으로써 소통대책의 전형으로 삼을만한 것이다.
정확한 분석결과는 두고 보아야겠지만 이번과 같은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은 그동안의 「교통전쟁」을 통해 당국도,차량이용자도 각각 나름대로의 경험과 지혜가 축적됐기 때문이다. 그 경험과 지혜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번 연휴에 소통이 순조로웠다고 해서 다음 번에는 너도 나도 같은 시간대에 차량을 몰고 나서면 순식간에 고속도로는 주차장이 되어버릴 것이다.
당국은 당국대로 이번 결과를 분석해 좋은 대책을 제시해 주어야 하겠지만 시민들이 해야할 몫은 여전히 남는다. 출발전의 철저한 차량점검,갓길운전의 자제,새벽이나 심야시간대의 이용 등이 그것이다. 이번의 좋은 결과가 연휴때의 만성적인 교통체증 현상과 영원히 결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당국의 연구와 시민의 다짐이 함께있기를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